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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5-30 18:50

신을 벗으라 <5월 30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신을 벗으라
본문 - 출애굽기 3:1-5

어느 병원에서 한 할아버지 환자가 간호사에게 화를 내고 계셨습니다. 그 이유인즉 간호사가 그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식사 하셨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왜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느냐?’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화를 내시더랍니다. ‘내가 할아버지면 너는 할머니냐?’
여러분, 연세 드신 분들은 기분이 좀 안 좋으시겠지만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내가 아무리 젊어지고 싶다고 해도 이미 나이 먹은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솔직하게 인정해야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소리 듣기 싫다고 해도, 집에서 손주가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라고 안 부르고 ‘큰 아빠’ 그렇게 부르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야, 네가 나를 젊게 봐주는구나. 고맙다. 앞으로 계속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고 큰 아빠라고 불러라.’ 그렇게 말하시겠습니까?
연세 드신 분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요즘 젊은 아줌마들도 ‘아줌마’라는 소리 듣기 싫다면서요? ‘아줌마’ 그러면 대꾸도 하지 않다가 ‘아가씨’ 그러면 대꾸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어쩌면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단면일 것입니다. 내가 나임을 거부하고 거짓된 자아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 그리고 거짓된 가면을 쓴 내가 진짜 나인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게 나라고 보여주기 위해 안달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신앙은 ‘내가 누군인가?’를 바르게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참된 자아를 인정하고 참된 자아를 발견한 자리에서 신앙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죄악으로 더러워진 마음 때문에 우리 자신을 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워놓을 때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가’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우리의 존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죄인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생각, 그리고 우리의 삶은 죄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죄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인정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을 사모하게 되고, 하나님의 구원을 갈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죄인인 우리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는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모든 죄를 용서받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씻어주심으로 우리는 의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죄인이면서 동시에 의인이고,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습입니다. 어쩌면 모세가 하나님과 첫 번째로 대면하는 장면이 오늘 본문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고,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쓰임 받게 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통하여 자신을 깨닫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을 수 없습니다. 아니 하나님의 부르심을 통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도 없습니다.
모세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민족정신으로 배웠습니다. 비록 애굽 땅에서 노예 생활을 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지만, 우리 민족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으로 택함을 받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40년 동안 왕궁에서 애굽의 학문과 애굽의 왕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40세가 되었을 때 자기 동족 히브리 사람이 애굽 사람에게 매맞는 모습을 보고는 그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애굽 사람을 죽이고 만 것입니다. 40년 동안 배운 애굽 왕궁의 모든 교육보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히브리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그의 마음 중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은 교육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하나님의 일꾼으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은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먼저 하나님을 만나야 비로소 교육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40세 때 애굽 사람을 죽인 후에 모세는 살인자가 되어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미디안 광야로 가서 미디안 제사장의 딸과 결혼한 후, 그는 철저하게 무명인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는 거기에서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애굽 왕궁에서 살 때에는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차기 왕위 계승자로 인정될만큼 높은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자신의 말 한마디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그의 권세는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미디안 광야에서의 삶은 전혀 달랐습니다. 왕궁에서는 그의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디안 광야에서는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가족은 있었습니다. 십보라라는 아내도 있었고, 게르솜이라는 아들도 있었습니다. 장인의 집에서 처가살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장인과 장모, 그리고 장인의 가족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늘 모세 곁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대에 양을 치는 사람들은 양떼를 이끌고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때로는 며칠씩, 때로는 몇 달씩 양떼를 이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모세는 철저하게 외돌이가 됩니다. 말을 나눌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양떼를 바라보면서 양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양들과 대화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여러분, 그렇게 40년 동안을 산다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과 대화를 잃어버리고 넓은 들판과 사막에서 오로지 양떼의 울음소리만 들으며 살아가야 하는 모세, 그는 거기에서 철저하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40년 동안 미디안 광야에서 살면서 그는 말을 잃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 이어서 나오는 말씀에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워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구원해 내도록 하셨습니다. 출애굽기 3장부터 4장까지가 모두 모세와 하나님의 대화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너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어 내 백성을 인도해 내라’고 말씀하시고, 모세는 ‘나는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씨름하는 장면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씨름을 하다가 모세가 마지막으로 ‘자신은 이스라엘의 지도자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한 말이 “나는 본래부터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입니다”(출애굽기 4:10) 하는 말이었습니다.
모세가 원래부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애굽 왕궁에서 40년 동안 애굽의 학문을 배우면서 그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고대에 왕이나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백성들을 잘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왕이 될 사람이나 정치가가 될 사람이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웅변술과 수사학’입니다. 애굽의 차기 왕이 될지도 모를 모세도 분명 웅변술과 수사학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데반은 사도행전 7:22절에서 이렇게 설교합니다. “모세가 애굽 사람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의 말과 하는 일이 능하더라.”
웅변술과 수사학을 통해 말 잘하는 방법을 배운 모세가 출애굽기 4장에서는 ‘나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40년 동안 말할 사람을 없는 광야에서 생활한 결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그 날도 모세 혼자 양떼를 이끌고 호렙산 근처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양떼에게 먹일 풀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불타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자신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모세야 모세야”하고 부르신 하나님의 음성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고 응답하자 하나님께서 첫 번째로 하신 말씀이 “가까이 오지 말라. 지금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모세는 이 말씀을 평생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들은 하나님의 음성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고민했던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준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랬기에 모세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고, 그렇게도 원망과 불평이 많고 믿음이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 40년 동안이나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제부터 너는 나의 종이다’ 그런 뜻입니다. 당시 신발은 그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의 신분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왕이 신는 신발이 있었고, 귀족이 신는 신발이 있었습니다. 평민은 평민이 신는 신발이 따로 있었습니다. 귀족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왕이 신는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만일 어떤 귀족이 왕이 신는 신발을 신었다면, 그것은 자신이 왕이 되려고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간주되어 사형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예는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예는 언제나 맨발로 다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제 너는 나의 노예다’ 그런 말과 같습니다.

사실 모세는 노예의 신분이 아닙니다. 그는 40년 전까지만 해도 왕족이었습니다. 왕의 후계자로 거론될 만큼 애굽의 왕궁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 순간부터는 과거의 그런 영화가 아무런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디안 광야에서는 비록 장인의 양떼를 치며 처가살이를 해야 하는 신세이긴 했지만, 미디안 족속에게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집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장인이 미디안의 제사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종교가 그 사회의 중심이었습니다. 중교 중심의 사회에서 그 종교의 핵심인물인 제사장은 그 사회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모세가 살인자가 되어 미디안 광야로 도망가긴 했지만, 거기에서 그 사회에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사위가 된 것입니다.

창세기 41장에 보면 애굽 왕 바로의 꿈을 풀어준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로 등극하게 됩니다. 바로는 탁월한 지혜를 가진 요셉을 국무총리로 삼고서 모든 권한을 요셉에게 위임했습니다. 감옥에서 입던 죄수복을 벗기고 세마포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그의 목에는 금사슬을 걸어주고, 자신이 타던 최고의 수레 다음으로 좋은 수레를 요셉에게 주어 타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바로라. 애굽 온 땅에서 네 허락이 없이는 수족을 놀릴 자가 없으리라.”(창세기 41:44) 그마만큼 요셉의 권위를 높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총각인 요셉을 위해서 아내를 지정해 줍니다. 요셉과 결혼한 그 아내는 ‘온’이라고 하는 지역의 제사장 딸이었습니다. 바로 왕이 자신의 바로 다음 권력자인 요셉을 위해서 제사장의 딸을 아내로 맞게 했습니다. 그것은 제사장의 가문이 왕족의 가문 못지않게 권력이 있었고, 존경받는 가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대 사회에 제사장은 그 사회에 중심역할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모세는 그 집의 사위이긴 하지만, 그리고 장인의 양떼를 먹이기 위해서 온 광야를 돌아다녀야 하지만, 사회적 신분만큼은 결코 낮은 신분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애굽에서의 왕족이라는 신분도, 미디안 광야에서는 제사장의 가문이라는 신분도 다 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나님의 종이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 시대에 노예가 되는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람은 노예입니다. 그리고 너무 가난하여 먹고 살기 힘들 때 스스로 어떤 부잣집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빚을 너무 많이 져서 갚을 길이 없을 때에는 자신의 몸을 노예로 팔아 빚을 갚아야 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쟁의 포로로 끌려와서 노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 그 사람이 노예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들어서 스스로 노예가 되었든, 아니면 빚을 너무 많이 져서 노예로 팔렸든, 아니면 전쟁에 포로로 잡혀왔든, 그 어떤 경우에도 노예가 된 이상 그는 그 이전 신분을 말끔히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예다운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부르심을 받기 이전의 모든 신분과 삶을 다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이전의 신분과 이전의 삶을 가지고는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의 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에베소서 4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에베소서 4:22-24) 새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옛 사람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옛 사람의 허울을 벗지 않고는 새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알기 이전에 사회에서 어떤 신분을 가졌느냐를 묻지 않으십니다. 그것을 따져 우리를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신분을 가졌든지, 어떤 삶을 살았든지 그 모든 것을 벗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옛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예수 믿기 이전에 내가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었는데...’ 그런 것 자랑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결코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시는 것, 아니 다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신 그것을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속에서 우리를 높여주시기도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네가 가는 모든 곳에서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 모든 원수를 네 앞에서 멸하였은즉 땅에서 위대한 자들의 이름 같이 네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리라.”(사무엘상 7:9) 또 스바냐서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 목전에서 너희의 사로잡힘을 돌이킬 때에 너희에게 천하 만민 가운데서 명성과 칭찬을 얻게 하리라.”(스바냐 3:20)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세상 가운데 높여 칭찬과 명성을 얻게 해 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님께서 높여주신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높여주신 그것으로 스스로 교만해지면 그는 버림받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높여주실수록 더 겸손해야 합니다. 더 낮아져야 합니다. 어디까지 낮아져야 합니까? 하나님의 종의 자리까지 낮아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노예의 자리까지 낮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위대한 사도인 사도 바울은 편지를 쓸 때 자주 편지 머리글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종 나 바울은...”(빌립보서 1:1 등) 예수님의 노예라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의 자리에 서 있었던 사도 바울이기에 그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놀라운 역사를 나타내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예수님 앞에서 우리의 자리는 언제나 종의 자리여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우리를 존귀하게 여겨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존귀하게 여겨주실 때에 우리 스스로 교만에 빠지면 하나님께 버림받게 됩니다.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이 그랬습니다. 그는 왕이 되기 전에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런데 왕이 된 후에 달라졌습니다. 그 마음에 교만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노예가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모든 아말렉 사람을 죽이고 아말렉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짐승들도 다 죽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했습니다. 아말렉 왕 아각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 왔습니다. 또 짐승 가운데 살지고 좋은 것들은 죽이지 않고 전리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자신의 승리를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사울은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나이다.”(사무엘상 15:23, 26)

노예가 어떤 사람입니까? 노예는 주인에게 절대 복종해야 합니다. 주인의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해야 합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죽어야 합니다. 그게 종이요 노예입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음성을 들었던 모세는 평생 하나님 앞에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 대로 했습니다. 모세의 일생을 보면 아주 중요한 두 문장이 항상 따라 다닙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는 말과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대로 하였더라.”는 말씀입니다. 쉽게 말하면 모세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철저하게 하나님의을 들었고, 그 들은 말씀대로 행했다는 것입니다. 절대 순종했습니다.

아무리 내 생각이 좋다 하더라도 노예(종)는 주인의 말에 순종해야 합니다. 주인의 말대로 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종이라면 우리도 절대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그게 좋은 종입니다. 훌륭한 노예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말대로 하는 것입니다.
모세에게 일생에 가장 큰 실수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민수기 20장에 나오는 므리바 사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신 광야 가데스에 이르렀을 때, 마실 물이 없어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물을 주시기로 하고 모세에게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하나님 때문에 언짢은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어려움만 있어도 늘 불평하고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때문에 언짢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습니다. 그러자 반석에서 물이 흘러나와 이스라엘 백성과 가축들이 모두 물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세에게는 큰 실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 백성들을 향해 짜증난 상태로 반석을 두 번이나 쳐서 물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 일로 인해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화를 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종은 내 마음이 짜증 나더러도 내 감정대로 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하라 하신대로 해야 합니다. 내 생각에 더 좋은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내 생각이나 내 계획을 포기하고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 방식대로 해야 합니다. 그게 종이요 노예입니다.

밥 바틀렛(Bob Bartlett)이라고 하는 탐험가가 경험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외국을 여행하는 중에 아주 희귀한 새 몇 마리를 얻어, 그 새들을 새장에 가두어 가지고 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중에 그 중에 한 마리가 유난히도 시끄럽게 굴었습니다. 새장에 갇혀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랬는지, 새장을 발톱으로 할퀴고 머리를 찧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몸부림을 치고 열광을 하니까 결국은 새장 문이 열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새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는 듯이 망망대해 한 가운데로 훨훨 날아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새장에 갇혀 갑갑했던 새는 미친 듯이 높은 창공을 향해 날아올라갔습니다. 바틀렛 일행은 귀한 새 한 마리를 잃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창공을 향해 날아가버렸던 그 새가 다시 배로 돌아왔는데, 날개에 힘이 다 빠져서 숨을 헐떡거리며 갑판 위에 뚝 떨어져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자유를 얻었다고 새장을 벗어나 훨훨 날아 도망갔던 그 새는 망망대해 그 어디에서도 쉴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죽을 힘을 다해 배로 돌아온 것입니다.
새들은 조금은 자유를 잃었다 하더라도 새장 안에 있을 때 굶주리지도 않고 평안하게 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종이 된다는 것은 결코 구속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종임에도 종임을 거부할 때 우리는 새장을 벗어난 새가 망망대해 위에서 쉴 곳도 찾지 못하고 굶주린 채 헤야하는 그런 꼴이 되고 맙니다. 진정한 자유와 기쁨과 행복은 하나님의 품 안에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하나님의 노예의 자리에 들어갈 때에 우리는 참된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예의 진정한 기쁨은 주인이 하라고 말씀하신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주인이 하라고 한 대로 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지라도 그 모든 책임을 주인이 지는 것입니다. 종(노예)은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주인이 하라고 한 대로만 하면 칭찬을 받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대로 하면 잘못된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최고 경영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나의 필요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장 정확하게 아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대로만 하면 됩니다. 거기에 어떤 이유를 달 필요가 없습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노예처럼 묵묵히 순종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다 하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종이 되어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대로 했기에 그 불평 많고 불신앙적인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대로 했을 때 잘못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종이 되기만 하면 우리의 삶에 손해될 것 하나도 없고, 잘못될 것도 하나 없습니다. “신을 벗으라” 말씀하실 때 그 말씀에 순종하여 신을 벗으십시다. 그러면 나머지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십니다.

< 2010년 5월 23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