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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5-08 10:34

어머니의 소중한 재산 <5월 8일 - 어버이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어머니의 소중한 재산
본문 - 마태복음 15:21-28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Holocaust memorial museum)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에 독일 나치에 의해서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박물관인데, 거기에 이런 가슴 아픈 슬픈 사연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감금시켜 놓고 강제노역을 시켰습니다. 강제노역을 시키다가 몸이 약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모조리 가스실에 몰아넣고 가스에 질식시켜 죽였습니다. 그 때 단란한 한 가정의 모든 식구들이 수용소에 잡혀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아들까지 모두 여섯 명이 같은 수용소에 끌려온 것입니다. 그들 중에 맨 처음 가스실로 끌려간 사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였습니다. 너무 늙어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가족들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다음 차례는 막내아들인 다윗이 끌려갈 것만 같았습니다. 막내는 너무 어렸을 뿐만 아니라, 소아마비에 걸려서 강제노역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각 다른 일터로 끌려가서 노역을 하던 가족들은 저녁이 되어 숙소로 돌아오면 서로를 찾았습니다. ‘혹 오늘 누가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았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서로를 찾다가, 찾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와서 가족들을 찾았는데,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겁지겁 더듬다가 엎드려서 울고 있는 큰 아들 빌립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큰 아들 빌립에게 달려가서는 울고 있는 아들을 끌어안고 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네 동생 다윗은 어디 있느냐?” 큰 아들이 울먹거리며 대답합니다. “조금 전에 군인들이 절뚝거리는 다윗을 끌고 갔어요.” 순간 가슴이 아파 숨이 머질 것만 같았던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묻습니다. “그럼 네 어머니는?” “다윗이 끌려가면서 무섭다고 울부짖자 어머니가 달려와서 다윗을 끌어안았어요. 그리고는 ‘다윗아 울지 마라. 내가 끝까지 너와 함께 있어줄게’ 그러면서 어머니도 함께 가스실로 가셨어요.” 결국 그렇게 해서 어머니도 두려워 떨고 있는 아들을 품에 안고 가스실로 끌려갔고,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이게 어머니의 사랑이고, 어머니의 마음이고, 어머니의 힘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 이건 어머니의 위대한 힘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은 우리에게 어머니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남들이 갖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 주셨습니다. 그건 건강한 부모님들에게만 주신 것이 아닙니다. 돈 많은 부모님들에게만 주신 것도 아닙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만 주신 것도 역시 아닙니다. 부모님이라면 누구에게든지 주신 아주 소중한 재산을 하나님께서 모든 부모님들에게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시면서 참 많은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천국복음을 가르쳐주셨는데, 그 가르치시는 말씀에는 당시 율법 교사들이었던 서기관들과는 전혀 다른 권세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갔습니다. 예수님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것을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인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입니다. 그들은 틈만 나면 예수님의 말씀에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고, ‘무슨 잘못한 것이 없나’ ‘율법의 가르침과 다른 행동을 하지 않나’ 늘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했습니다. 결국 그것은 예수님과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논쟁거리로 발전하게 되었고, 권력의 약자였던 예수님은 그들로부터 핍박과 배척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핍박이 점점 가열되어 가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피해 이방 땅인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바로 그 때 일어난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두로와 시돈 지방에 들어가시자 가나안 여인 하나가 예수님께로 달려와 길을 가로막더니, 귀신 들린 자신의 딸을 고쳐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이 어머니는 이방 지역에 사는 가나안 여인입니다. 그럼에도 그 여인은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이라면 능히 자신의 딸을 고치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곳을 지나가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예수님께 달려가서 ‘자신의 딸을 고쳐 달라.’고 간청합니다.
당시 사회적인 풍습에 따르면 그 여인은 예수님 앞에서 그렇게 간구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됩니다. 예수님은 유대인이고, 그 여인은 이방인입니다. 더구나 그녀는 여자입니다. 그냥 여자가 아니라 가나안 여인입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전부터 그 땅에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유대인들은 자기들 땅을 침범한 원수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이라고 하는 가나안 사람들이 그 땅에 남아서 이스라엘과 계속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땅이 자기들 땅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가나안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증오했습니다.
반면 유대인들은 유대인들 나름대로 가나안 사람들을 싫어했습니다.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고, 그들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정하다고 생각해서 가급적 그들을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유대인 남자가 가나안 여인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나안 여인이 유대인 남자를 만나러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당시의 사회적 풍습으로 한다면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 앞에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성경에는 번역되지 않았습니다만, 오늘 본문 22절 맨 앞에 “보라”라는 감탄사가 들어 있습니다. 이 여인이 예수님 앞에 나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사건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보라, 가나안 여자 하나가 예수님 앞에 나왔다” 그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여인으로 하여금 그런 사회적인 풍습을 깨고 예수님 앞에 나오게 만들었습니까? 이 여인은 여자이기 이전에 어머니였습니다. 이 가나안 여인은 한 여인으로 예수님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고통당하는 딸을 둔 어머니로 예수님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귀신들려 고통당하는 딸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어머니라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다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가나안 여인이라는 것도, 예수님이 자기들의 원수와 같은 유대인이라는 것도 다 필요 없습니다. 오직 ‘어머니’라는 것이 이 여인으로 하여금 모든 풍습과 통념을 깨뜨리고 예수님 앞에 나오게 만들었고, 무릎을 꿇고 간청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어머니에게는 자식을 위해 간절하게 하나님께 부르짖을 수 있는 위대하고 소중한 재산이 있습니다.
가나안 여인의 간절한 간구는 3번이나 예수님께 거절을 당했습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 앞에 와서 ‘흉악하게 귀신들려 고통당하고 있는 딸을 고쳐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22절에 가나안 여인이 ‘소리를 질렀다’고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이 말은 가나안 여인의 외침을 예수님께서 듣지 못하실 리가 없다는 것을 말씀합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아무 것도 듣지 못하신 양 그냥 지나치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과 함께 가고 있었던 제자들이 나섰습니다. ‘귀찮게 소리 지르고 있으니 쫓아버리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은 이 가나안 여인이 단순히 한 번만 소리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못들은 척하고 가시니까 계속해서 고쳐달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젊잖게 말한 것이 아닙니다. 모른척하고 그냥 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오면서 계속해서 - 같이 가던 사람들이 귀찮을 정도로 소리를 치면서 간청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계속해서 아무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냥 묵묵하게 가실 뿐입니다. 이것은 여인을 무시한 것입니다. 가나안 여인의 간청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고 거절한 것입니다.

그렇게 무시를 당하는데도 여인은 끝까지 예수님의 뒤를 따라오며 간청합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나서서 가나안 여인을 쫓아버리시든지 그 여인의 간청을 들어주시든지 뭔가를 하셔야 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노라.” 가나안 여인의 간청을 들어줄 용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또 한 번의 거절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여인의 간청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인이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와 예수님의 발 앞에 절을 하면서, 또 다시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주여 저를 도우소서.” 그러자 예수님께서 또 거절하십니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가나안 여인인 너는 개에 불과한데, 개인 너희에게 관심 쓸 여유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굉장히 모욕적인 말로 거절하신 것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 정도 모욕을 당했다면 침이라도 뱉고 되돌아 가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나안 여인은 귀신에게 고통당하고 있는 딸을 생각하니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주님 옳습니다. 저를 개라고 하신다면 개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지 않습니까? 부스러기라도 좋으니 부스러기라도 주십시오.” 참으로 눈물 나는 장면입니다. 개라고 모욕을 당합니다. 세 번씩이나 거절을 당했습니다. 무시를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가나안 여인은 물러나지 않습니다. 아니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귀신들려 고통당하고 있는 사랑하는 딸이 고침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런 모욕이나 멸시는 몇 천 번을 당해도 괜찮습니다. 그런 마음뿐입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기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게 어머니에게 있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어머니들만이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제 어머님의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어버이주일이 되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또 제가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도 저희 어머님은 교회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에 목사가 되겠다고 결단했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도 제가 목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제가 가끔 편지를 쓰면서 “목사가 될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씀 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늘 하시는 말씀이 “내 아들이 목사가 되겠다는데, 교회에 나가야 할텐데.” 그러시면서도, 종갓집 맏며느리로 일 년이면 10번도 넘게 제사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제사를 드리면서 어떻게 교회에 가겠느냐’ 하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신학교 입학을 위해서 입시생처럼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아침 6시에 학교 도서관에 가면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밤 11시에 하숙방에 들어가면 컴컴하게 텅 비어있는 방에 방문을 여는 순간 얼마나 쓸쓸하고 고독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쓸쓸하고 고독하게 수험생으로 밤늦게 집에 돌아오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소식이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대학 4학년이던 1985년 1월 첫 주일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고향 집에 가니까, 아버님께서 제게 이렇게 알려 주시는 것입니다. “네 엄마가 요즘 너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나가신단다.” 이제 막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교회 나가기 시작하시면서 목사가 되겠다는 자식을 위해서 기도하시겠다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나가신다는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제가 얼마나 큰 힘과 용기를 얻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막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분이 기도를 하면 얼마나 잘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단지 목사가 되겠다는 자식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그 절박감 때문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제단을 쌓으셨던 것입니다.

이게 어머니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님만 그러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으로 하여금 간절히 기도할 수 있게 만든 힘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귀신에 들려 고생하는 딸을 고칠 수만 있다면...’ 하는 딸을 향한 안타깝고 가슴 아픔 마음이 예수님께 모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간청하게 만들었던 어머니의 힘입니다.

멸시를 당하면서도 예수님께 간청했던 가나안 여인의 마음에는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있습니다. 이 사랑이 어머니들에게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고귀한 것입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께 심한 모욕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간절하게 호소를 해 보아도 예수님은 아는 체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나는 너에게 관심도 없다’ 그런 투로 말씀을 하시더니, 결국에는 ‘너는 개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절망하지 않고 계속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간절하게 주님의 마음에 다가섭니다.
무엇이 이 가나안 여인으로 하여금 모욕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예수님께 매달리게 했습니까? 그게 바로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흉악한 귀신에 고통당하고 있는 딸을 낫게 해야겠다는 간절한 어머니의 사랑이, 멸시와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기도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만이 가지고 있는 모성애(母性愛)는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낙심하지 않습니다. 절망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책임집니다. 그게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페스탈로찌(Johann Heinrich Pestalozzi, 1746-1827)가 쓴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 이런 시가 실려 있습니다.
모성이여, 책임이 무서운 모성이여!
주위를 돌아보소서. 남의 행복을 위해.
그것도 영원한 행복을 위해 바쳐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한 모성이여!
바로 이같은 직업이 그대의 직업입니다.
무서워 마십시오. 남과 비교하면서 떨지 마십시오.
이러한 고귀한 일터를 마련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십시오.
하나님이 그대에게 주신 깊은 신앙의 마음에 합당하게 노력하십시오.
지식이 모자란다고 한탄하지 마십시오.
사랑이 이것을 보완해 줄 것입니다.
힘이 연약하다고 한탄하지 마십시오,
성령의 힘이 그대를 굳세게 해 줄 것입니다.
성령을 바라보면서 그대에게 부족한 것, 그 중에서도 특히 용기와 겸손이라는 두 가지 크고 드높은 조건을 충족 받으십시오.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 그것이 바로 교육의 시작이요, 자녀가 자라 가는데 가장 큰 영양분입니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하나님의 사랑에 가까운 것이 바로 모성애 -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도 기뻐하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장성한 아들을 군대에 보낸 시골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훈련소에 보내놓고 한 순간도 마음 편안하게 잠을 자보지 못한 어머니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훈련소에 간 아들이 훈련을 다 마치고 몇 월 몇 일 날 훈련소 연병장에서 퇴소식이 있으니 참석하시고, 아들을 면회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내용입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머니가 평소 아들놈이 잘 먹는 통닭을 싸 가지고 훈련소에 갔습니다. 군복을 입은 많은 군인들이 연병장에 서서 퇴소식을 거행합니다.
그 때는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 놈이 그 놈 같고, 다 똑같아 보입니다. 퇴소식을 마칠 즈음에 군인들이 그 동안 훈련받은 것을 시범을 보이는 순서가 되었습니다. 명령에 따라서 군인들이 일제히 ‘앞으로 가! 뒤로 돌아가!’ 등을 시범을 보입니다. 그런데 앞을 향해 가던 군인들에게 다음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좌향 앞으로 가!’ 일제히 군인들이 왼쪽으로 돌아가는데 딱 한 사람이 오른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구경왔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웃었습니다. 이 어머니도 따라서 웃다가 가만 보니까, 그게 자기 아들이었습니다. 그 때 그 어머니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내 아들만 빼고 다 헛 배웠구먼!’

못난 자식이라도 어머니의 눈에는 사랑스러운 자식일 뿐입니다. 공부를 못해도 사랑스럽습니다. 얼굴이 못생겼어도 가장 예쁩니다. 장애를 가졌다고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게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같은 그런 사랑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걸 기억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그 사랑이 바르게 베풀어질 때에만 내 자식이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랑에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은 우리를 죄악에서 구원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답게 거룩하게, 하나님 아버지를 위한 삶을 살라고 하신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자식을 사랑하는데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건전하고 선한 목적으로 가지고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바른 신앙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랑해야 합니다. 이기적인 목적, 정욕적인 목적, 쾌락과 안일만을 추구하는 사랑에는 거룩함이 없습니다. 그 사랑은 오히려 자녀를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들뿐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은 딸을 사랑하는데, ‘딸이 흉악한 귀신에 들려 고통당하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 제발 사람답게 살아보게 하려는’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선한 목적의 사랑일 때에만 참된 가치 있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가나안 여인에게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딸을 고쳐주실 것이란 믿음입니다. 모욕을 당하면서고 끝까지 예수님께 딸을 고쳐달라고 호소했던 그 여인을 보시면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자야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그리고 바로 그 때에 딸에게서 흉악한 귀신이 물러가고 아이가 고침을 받았습니다. 나았습니다.
예수님은 그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딸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면 가나안 여인이 가졌던 믿음은 어떤 믿음입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주님 아니면 안 됩니다. 꼭 주님이 도와주셔야만 합니다. 주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믿음입니다. 주님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멸시를 받고, 모욕을 당해도 주님께 매달린 것입니다. 주님이 나를 외면하시면 내 딸이 고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 오직 주님 밖에 없기 때문에 주님께 끝까지 매달린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을 주셨습니다.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지금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믿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 가지 생각해보십시다. 우리가 우리 자녀를 키우는데, 과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믿음이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 부모가 가지고 있는 믿음이 어떤 힘이 되어 주었습니까? 혹 ‘교회 나가라’는 말 한마디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우리 자녀를 키울 때에 믿음 없는 세상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이 키워오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내 자녀에게 내 믿음이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믿음으로 키운다는 우리와 믿음 없이 키우고 있는 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믿음이라는 귀한 재산을 주셨습니다. 그 재산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살아온 그 신앙의 삶이 우리 자녀들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그 믿음으로 자기의 딸을 낫게 했습니다. 흉악한 귀신에게 고통을 당하던 딸을 낫게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믿음이 세상에 유혹으로부터 괴로워하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까? 우리 부모들의 믿음이 입시와 공부의 굴레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주고 있습니까?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에 믿음으로 이겨나가는 그 부모의 신앙적인 모습이 우리 자녀들에게 ‘믿음만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아무리 큰 장애물이 우리의 삶의 앞길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에서 우리 자녀들은 믿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를 먼저 믿음의 부모로 선택하신 하나님의 뜻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 자녀들이 우리의 가슴에 예쁜 카네이션을 달아주었습니다. ‘부모님’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부모로서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었고, 또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부모님들에게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소중한 재산을 주셨습니다.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열정과 자신이 모욕과 멸시를 받더라도 자녀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인 부모에게는 믿음이라는 더욱 소중한 재산도 주셨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소중한 재산을 받아먹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받은 이 소중한 재산을 우리 자녀들에게 베풀어주는 데에 인색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베풀어주면 베풀어준 만큼 더욱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삶이 풍성해지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5월 8일 주일낮예배-어버이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