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가야 할 것들
< 본문 - 빌립보서 3:5-12 >
<단지 15분>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있었습니다.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래가 총망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 총명함을 따를 자가 없었습니다. 20대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그의 뛰어난 논문을 보고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했습니다. 이제 학위를 받을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 젊은이 역시 인생에 자신감이 넘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고,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폐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15분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젊은이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만 갑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10분뿐입니다. 그 때 그가 누워있는 병실에 한 통의 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억만장자인 당신의 삼촌이 방금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재산을 상속할 사람은 당신뿐이니 속히 와서 상속절차를 밟아 주십시오.’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 둔 그에게 그 많은 재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명의 시간은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 또 하나의 전보가 도착했습니다.‘당신의 박사 학위 논문이 우리 학교 개교 이래 가장 훌륭한 논문으로 평가되어 올해의 최우수 논문상을 받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합니다.’ 그러나 이 축하 전보도 그에게는 아무 위안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절망에 빠진 그에게 또 하나의 전보가 날아왔습니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으로부터 결혼을 승낙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전보도 그의 시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침내 15분의 시간이 다 지나고, 그는 세 통의 전보를 손에 쥔 채 숨을 거두고 맙니다. 그리고 연극은 끝을 맺습니다.
이 연극은 한 인간의 삶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응축시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불편한 질문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 여러분에게 남은 시간이 단 15분뿐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그 15분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생은 5분의 연속’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1821-1881)입니다. 그는 28세에 사형선고를 언도받았습니다. 제정러시아에 반대하여 사회주의적인 주장을 펼치다가 동료 21명과 함께 총살형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형수의 옷으로 갈아입고 형장으로 끌려가 사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형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초조해지면서, 지난 28년 동안 살아왔던 삶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데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도 불행하고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죽음 앞에서 어떤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고작 5분뿐이다. 그 중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데 쓰고, 2분은 삶을 되돌아보는데 쓰고, 나머지 1분은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는데 쓰고 싶다.’ 그는 눈에 고인 눈물을 삼키며 동지들과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2분을 썼습니다. 그러자 그의 마음속에 ‘이제 3분 후면 내 인생도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난 28년 동안 세월을 아껴 쓰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후회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처형되기 바로 1분 전이었습니다.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보는데 쓰고 싶다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초조한 마음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습니다. 그 때 황제의 칙사가 달려와 특별사면 되었음을 알려옵니다. 그렇게 해서 사형당하기 직전에 생명을 구한 도스토예프스키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시베리아에서 그는 4년 동안 유형생활을 해야 했고, 4년은 군복무를 해야 했습니다. 거기에서 그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성경뿐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죄와 벌』 등 인류역사에 오래 남을 유명한 작품들을 쓰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는 언젠가 내 생애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그런 순간들이 우리 앞에 자주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린 연극 <단지 15분>의 주인공처럼, 정말로 얼마 남지 않는 마지막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된 절박한 순간에 새로운 시간이 우리 앞에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던 돈과 명예, 출세와 성공 등이 마지막 순간에는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평소에는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이제 2013년도라는 시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삶의 끝자락은 아닐지라도 시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마치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매일 내 삶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바르게 달려갈 수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신앙인은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거기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바르게 설정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아는 믿음의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새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서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면서 내일을 향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사도 바울의 아름다운 고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과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삽니다. 세상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붙잡고 살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도 바울은 어느 누구보다도 세상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나는 팔일 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 지파요 히브리인 중에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라.” 이것은 사도 바울이 지난 날 자신이 얼마나 자랑할 만한 삶을 살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난 지 팔일 만에 할례를 받은 이스라엘 족속’이란 말은 순수한 이스라엘 혈통임을 선언한 말씀입니다. 유대인 가운데 할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혈통으로 태어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이방인 가운데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입니다. 이방인이 유대교로 개종할 때에는 이미 어른이 된 후에 할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순수한 혈통으로 태어난 사람은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습니다. 할례는 하나님께서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것을 몸에 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비록 이방 땅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지만, 순수한 유대인의 혈통으로 태어난 사람이며, 하나님께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것을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베냐민 지파’라는 말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인 사울이 베냐민 지파였습니다. 비록 하나님께로부터 사울 왕이 버림을 받았지만, 베냐민 지파는 왕을 탄생시킨 가문입니다.
‘히브리인 중에 히브리인’이라는 말은 혈통으로 순수한 유대인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씀인 동시에, 히브리인의 말로 히브리식의 교육을 받아 히브리인의 습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순수한 히브리인임을 강조한 말씀입니다.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라는 말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킨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은 물론이고 유대인의 전통이나 전승을 연구하면서 그것을 따르기 위해서 온 힘을 쏟았던 사람들입니다. 바울은 이 바리새파의 아들로 태어나 바리새파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바리새파 중에서 가장 존경받던 랍비 가말리엘 밑에서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은 바리새인 중에서도 엘리트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했다.’는 말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했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초대교회 당시 유대인들은 예수 믿는 사람들을 이단시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유대교를 배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교회는 반드시 지구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처음 순교자인 스데반이 유대인들로부터 돌에 맞아 죽을 때 사도 바울은 스데반을 돌로 치는 사람들의 옷을 맡고 있었습니다.(사도행전 7:58) 이 말은 사도 바울이 스데반을 죽이는데 앞장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는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했고,(사도행전 8:1) 더 나아가 교회를 아예 없애버리려고 했습니다.(사도행전 8:3) 유대교를 배척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율법을 지키는데 있어서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율법이 요구하는 것들을 다 지켰다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율법을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유대교 중에서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이런 것을 자랑한다면 그는 많은 유대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만한 이력(스펙)을 가졌다면 출세하고 성공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7절에서 그는 ‘이런 것들이 전에는 내게 유익했었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런 과거의 경력이나 조건이 자랑스러웠고 유익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다 ‘해로 여긴다.’고 선언합니다. ‘해로 여긴다.’는 말은 가지고 있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냥 없는 것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배설물처럼 취급했습니다. 자신에게서 다 버렸다는 뜻입니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많이 배운 것,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것, 어려서부터 율법을 잘 지켜온 것, 그런 것들이 왜 해로운 것입니까?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드러내지 않고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괜찮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이 생각합니다. 굳이 좋은 가문이나 배경, 많은 학식, 율법에 대한 열정, 이런 것들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것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아주 단호한 말로 ‘버린다.’고 선언합니다.
왜 사도 바울은 그런 것들을 굳이 버린다고 말했을까요? 꼭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요?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 주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예수님을 만나고 나니까 그런 것들이 결코 소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사는 것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한 가장 고상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섬기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유대교를 너무 열심히 신봉한 까닭에 그는 예수님을 메시야로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어리석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죽음에서 부활하셨다고 선포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가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없애버리려고 했고, 예수 믿는 사람들은 멀리 다메섹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잡아와서 감옥에 가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까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난날의 지식과 배경과 열정이 결국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되고 말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린다고 선언합니다. 그것을 가지고 있는 한 여전히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버려야 하에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갖고 있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예수 믿기 전에 가졌던 습관이나 자랑거리들, 남들 앞에서 내세울만한 것들 말입니다.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내가 신앙생활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 말입니다.
아직도 세상적인 사고에 세뇌된 우리들은 세상적인 것들을 더 많이 가져야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만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정말 내가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던 그것들이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신앙생활하는데 방해가 되고 해로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처럼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진 않았는지 말입니다.
우리는 2013년 한해를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가 힘써 노력한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게 정말로 유익된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았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내게 결코 유익되지 않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곤 합니다. 때로는 연극 <단지 15분>의 주인공처럼, 내게 아무 의미 없고 소용없는 것을 얻기 위해서 죽도록 힘쓰기도 합니다.
2013년도를 보내면서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버려야 할 것들은 다 버리고 새해를 준비해야 합니다. 혹시 한 해 동안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으름 가운데 살았다면, 우리의 삶에서 게으름을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하나님 앞에 더욱 충성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지혜롭게 판단하지 못하고 적당히 되는 대로 살려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좀 더 지혜롭게, 하늘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올해 우리의 삶에 남들 앞에 잘 보이기 위해서 거짓된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포장한 일이 많았다면 그런 가식도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 좀 더 진실된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려 했던 우리의 거만함도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자신에게는 좀 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용과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올해 우리의 모습 가운데 불평하고 원망하고 짜증내는 일이 많았다면, 그런 부정적인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더욱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욕심과 헛된 야망을 꿈꾸며 살았다면 그것들을 버려야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말입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에도 꼭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소통하지 못한 모습이 올 한 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았습니다. 원칙이라는 것을 앞세워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내 주장을 강요하면서 남의 마음이나 생각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 한해는 너무나도 정국이 경색되고 힘들었습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굴레를 씌워 정죄하는 모습을 올해라는 시간의 무덤에 다 묻어버리고 새해를 맞이해야 합니다. 자신의 의견과 조금만 다르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거나, ‘일베’라는 테두리에 가두워 정죄하는 모습도 다 버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남들이 갖고 싶은 지난날의 모습을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말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일 얻게 될 더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얽매이다가는 내일 얻게 될 귀한 그것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13절에서는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린다.’고 말씀합니다. ‘앞에 있는 것’이란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실 상급이 있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을 불러 사명의 길을 가게 하신 것에는 그 상급을 주시기 위함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12절과 14절에서 ‘달려간다.’는 말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달려간다.’는 말을 사용한 것은 그의 마음속에 마라톤 경주를 연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갖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과감하게 벗어버립니다.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면서 두꺼운 모피 옷을 입고 달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어떤 액세서리도 몸에 걸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귀하게 여기는 가보(家寶)라 하더라도 그것을 들고 달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라톤에서 우승하여 상급을 받으려는 사람은 가장 간편한 복장으로 달립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다 버리고 말입니다.
사도 바울에게 좋은 가문과 배경, 많이 배운 학식, 율법을 철저하게 지킨 열정, 이 모든 것은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감탄하는 그 좋은 것들은 다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위해 달리기 경주를 하는 그에게 그런 것들은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했습니다. 하늘의 상급을 받기 위해서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놓고 가야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줄줄이 달고서는 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주실 하늘의 상급을 푯대로 삼았습니다. 그랬기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것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때로 그런 것들을 너무 귀하게 여겨 버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실 하늘의 상급보다도 오늘 내 목에 걸칠 금목걸이가 더 좋아 보이고, 내 손에 차게 될 금시계가 훨씬 더 가치 있어 보입니다. 하늘의 상급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실 부르심의 상이 무엇이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안다면 우리는 세상의 것으로 인해서 아옹다옹 다투며 살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소녀가 사이좋게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었습니다. 문득 그들의 눈앞에 큰 조개가 하나 보였습니다. 두 아이의 손이 동시에 그 조개를 덮쳤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 자기가 먼저 발견했으니 그것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양보를 하지 않고 아옹다옹하다가 결국 고집이 센 아이가 조개를 차지했습니다. 조개를 빼앗긴 아이는 무척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다시 조개 줍기는 계속 되었지만 두 소녀는 서로 말도 안하고, 심지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져 조개를 줍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개를 빼앗겼던 아이의 눈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진주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아이는 얼른 진주를 집어 품속에 감추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은 하늘을 날 것처럼 기뻤습니다. 이제 진주를 가진 아이는 마음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다시 친구 옆으로 다가가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며 조개 줍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들 앞에 전보다 좀 더 큰 조개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두 아이의 손이 동시에 그 조개를 덮쳤지만 그들은 더 이상 아옹다옹하지 않았습니다. 진주를 가진 아이가 기꺼이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진주를 가진 아이가 큰 조개를 양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지요? 자기에게는 조개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예쁜 진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주를 가진 아이는 아무리 큰 조개라 하더라도 결코 그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습니다. 조개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옹다옹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양보할 수 있습니다. 진주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하늘의 상급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상급이 얼마나 크고 귀한지를 안다면 오늘 세상이 나에게 주는 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세상의 것들로 인해서 기분 상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 2014년도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상급을 바라보십시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올해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십시다.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고 간다면 내년에 우리에게 주실 하늘의 상급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늘의 상급 말입니다.
< 2013년 12월 29일 주일낮예배 - 송년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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