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함께 가는 그 길에도

< 본문 - 누가복음 8:22-25 >

  1970-80년대 미국에서는 번영신학이라는 것이 큰 호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그 시대에 TV가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였는데, 번영신학을 외치는 목사들이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번영신학에 기초한 설교를 하면서 그들은 헐리우드 스타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고 명성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짐 베이커’(James Orson Bakker) 목사입니다.

   그는 지미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그리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짐 베이커와 ‘마스카라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그의 아내 테이미 베이커(Tammy F. Bakker) 부부는 스타 중에 스타였습니다. 그들이 무대 위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환호하고 열광했습니다. 그가 설립한 텔레비전 선교방송인 PTL(Praise To Lord)은 미국에만 500여개의 지국이 생겼고, 그 시청자는 무려 135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방송국을 통해서 약 60만 명의 후원자를 모았고, 연간 총 헌금액은 무려 1억 2천 만불(약 1300억원)을 넘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파를 탄 그의 설교는 미국과 전 세계의 1400만이 넘는 가정에서 시청했고, 그가 소유한 신앙수양관인 ‘헤리티지 USA’는 그 땅의 넓이만 해도 약 310만 평이나 되었습니다. 말이 수양관이지 그 안에는 디즈니랜드를 본 따서 호텔과 각종 놀이시설 등이 포함된 대규모 호화 위락단지였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는 130만 불이 넘는 대저택 등 여러 채의 개인 저택을 소유하게 되었고, 호화유람선과 롤스로이스나 벤츠 등 고급승용차도 여러 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명세에 걸맞게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교회당을 짓고 있었고 그의 사역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그가 그렇게 초호화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번영신학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를 잘 믿기만 하면 만사형통하고, 하나님께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주신다고 주장한 것이 번영신학입니다. 그런 그의 설교가 수많은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는 그 힘으로 자신의 부귀영화에 도취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한 순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몰락은 급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21살의 아리따운 아가씨를 성폭행한 것이 드러났고, 동성애 사건도 터졌습니다. 그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PTL재단의 돈으로 26만 5천불을 지불합니다. 그런 그의 비리가 폭로되자 다른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횡령과 부패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베이커 부부는 ‘천사에서 악마’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989년 10월 24일 짐 베이커 목사는 공금 1억 5800만 불(한화 약 1700억)을 횡령한 것과 사기 등 24건의 죄목으로 45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불과 50세였습니다.

   그가 감옥에 들어가자 PTL 재단과 헤리티지 USA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고, 미국 여러 곳에 소유하고 있었던 대저택과 전 재산이 날아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송에서 패함으로 약 2,000억 원이 넘는 채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그의 첫사랑이자 동료였던 아내는 그와 이혼하고 그의 친구와 결혼했고, 딸은 무일푼이 되었고, 아들은 학교를 중퇴하고 마약과 술에 빠졌습니다. 한 때에 미국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그가 졸지에 가장 추악한 이름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짐 베이커가 감옥에 갇히자 그는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돈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긍정적으로 말씀하신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정반대로 가르치고 설교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외쳤던 번영신학에 기초한 것들이 모두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빙자한 하나님의 사업, 선교사업, 큰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고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8년 형으로 감형을 받았고, 1994년 구속된 지 5년 만에 가석방되어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지난날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I was wrong!』(내가 틀렸었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게 됩니다.<사진1> 그는 TV에 출현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눈물이 진실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십자가나 고난은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신앙생활을 잘 하면 하나님께서 형통하게 하시고 부귀영화의 축복을 주신다는 번영신학에 기초하여 설교하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비성경적인 가르침이었고, 결코 복음적이지 않다는 것을 감옥에서 깨달은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최고로 올라갔을 때는 모든 것이 다 좋았습니다. 그때 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들었더라면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옥에 갇히고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갔을 때는 다른 무엇보다 듣는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분, 혹 우리 가운데도 번영신학과 같은 사고를 가지고 신앙생활하고 있는 분 계시지 않습니까? 신앙생활을 잘하면 형통할 것이라고, 내게 고난이 주어지고 힘든 일이 주어진 것은 모두 내가 신앙생활을 잘못한 것이고 내가 죄를 지어 죄의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계획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게 이루어지고, 내 삶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아직도 잘못된 신학인 번영신학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성경의 바른 가르침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욕심과 허황된 욕망이 만들어낸 가짜 신학이고 가짜 복음일 뿐입니다.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고 말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마가복음 4장에 의하면 그 때는 ‘날이 저물 때’였습니다. 날이 저물 때라고 표현한 것은 갈릴리 호수 위에 광풍이 불어올 수 있는 여건이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갈릴리 호수는 지중해보다 약 200m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해발 -200m인데 비해 갈릴리 호수 주변은 높은 산들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가장 높은 헬몬산은 높이가 해발 2800m가 넘습니다. 그 높은 헬몬산에서 때때로 이상 기류가 갈릴리 호수 쪽으로 흘러옵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23절에서는 ‘광풍이 호수로 내리쳤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광풍이 갈릴리 호수에 불어닥치면 깊은 웅덩이와도 같은 갈릴리 호수 안에는 회오리바람 같은 바람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호수의 물은 심하게 요동을 칩입니다. 성경에 여러 번 갈릴리 호수에서 그런 거센 바람으로 인해 제자들이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에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도 그런 상황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가던 중에 예수님께서는 피곤하셨는지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때 불어온 광풍으로 인해 배 안에는 물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23절 마지막에는 ‘배가 위태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위태했다는 말씀은 배가 곧 가라앉을지도 모를 위기의 상황에까지 내몰렸다는 것입니다.

  그 상황에 오기까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 오르시자마자 피곤에 지쳐 베개를 베고 누우시더니 이내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런 사이에 헬몬산에서 불어온 광풍이 갈릴리 호수에 내리치더니 호수의 물결이 크게 출렁거립니다. 마치 태풍으로 인해 바다에 큰 풍랑이 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더니 물이 배 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호수에는 광풍으로 인해 거센 파도가 일더니 배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제자들은 피곤하여 잠이 드신 예수님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배 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기 시작합니다. 제자들에게 그런 일은 자주 접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 중에는 어부 출신이 여럿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그들은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평생을 산 사람들입니다. 갈릴리 호수의 고기잡이는 주로 밤에 하기 때문에 밤중에 광풍이 불어오는 경험을 종종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의 지난 경험을 앞세워 광풍 중에서도 배를 안전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노련한 어부들은 배에 물이 들어오자 그 물을 퍼내기 시작합니다. 어부 출신의 제자들은 다른 제자들에게 어떻게 물을 퍼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다른 제자들까지 합세해서 모두 물을 퍼내는데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의 광풍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물을 퍼내고 퍼내도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배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너무 많은 물이 배 안으로 들어와서 배가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 때 제자들은 다급하게 주무시고 계시는 주님을 깨웁니다. ‘주님 우리가 죽게 생겼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잠에서 깨어나시더니, 제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셨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도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배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세게 요동치던 물살도 잔잔해졌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맨 먼저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신 분이 예수님이셨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 먼저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셨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고 있는데 그런 광풍과 거센 물결이 일었습니다. 우리가 제자들이라는 이렇게 되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니, 주님이 가자고 하셔서 우리는 따라갔을 뿐인데 왜 주님과 함께 가는 그 길에 이런 광풍이 이는 것입니까? 주님께서 가자고 하셔서 주님 말씀에 순종하여 가는 길에는 형통과 평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군다나 주님이 멀리 계신 것도 아니고 주님께서 같은 배를 타고 계시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그런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도 하고 헌신하고 수고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기쁨이 가득해야 합니다. 그런 삶에 고난이나 죽을둥살둥 발버둥을 쳐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고속도로와 같이 평탄해야 하고, 우리의 앞길은 늘 형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우리의 삶에 자꾸만 어려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말씀을 따라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고난이 있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직하게 바른 믿음으로 살면 세상에서 인정을 받고 존귀히 여김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멸시를 받기도 합니다.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하면 삶에 기쁜 일들과 좋은 일들이 많아야 하는데 때론 앞길이 꽉 막힌 것 같은 상황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좀 더 쉽게 생각해 보십시다. 말씀을 따라 정직하고 바른 신앙으로 사는 우리의 삶에 왜 고난이 찾아오는 것입니까?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적으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했을 뿐입니다. 주님께서 가자고 해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왜 제자들에게 그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우리는 여기서 신앙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정직하고 바르게 신앙생활하는 삶에는 고난이 없어야 합니까?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은 신앙생활을 잘못한 것입니까? 뭔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고난이 찾아오고, 어려움이 닥친 것입니까? 미국에서 유행했던 번영신학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번영신학에 기초한 잘못된 신앙적 사고가 많은 신앙인들을 세뇌시켜놓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말씀을 따라 정직하고 바르게 예수믿는 자로 살아갈 때 고난이 없고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오히려 믿는 자로 살아가려 할 때 우리의 삶에 수없이 많은 고난이 찾아오고 영적 전투와도 같은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가장 먼저는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8복을 말씀하면서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가 복이 있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마태복음 5:10-12)

  여러분, 그렇습니다. 신앙생활한다는 것은 형통한 길을 걷기 위함이 결코 아닙니다. 신앙생활을 잘하면 우리의 삶에 그 어떤 문제나 어려움도 없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번영신학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삼중축복이라는 말로 호도된 요한삼서 1:2절의 말씀도 그 본 의미가 왜곡되어 이해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이 말씀이 신앙생활 잘 하면 우리의 삶의 범사에 모든 것이 어려움 없이 잘 되고, 강건하여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씀으로 해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범사에 잘 되고’라는 말씀에서 ‘잘 된다’는 말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사가 형통하고 어려움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잘 된다’는 말은 두 개의 단어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잘, 좋은’이라는 뜻의 ‘유’라는 단어와 ‘길, 여행’이라는 뜻을 가진 ‘호도스’라는 말이 합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유오도스’(잘 된다)라는 말은 좋은 길, 좋은 여행길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성경이 말하는 좋은 길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어려움이 없고 고난이 없고 힘든 일이 없는 삶을 사는 것입니까? 성경은 그것을 좋은 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좋은 길은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길,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따라 가는 것’입니다. 고난이 없고 고통이 없는 길이 좋은 길이라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가신 골고다 십자가의 길은 결코 좋은 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채찍에 맞으시고,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군중들에게 조롱을 받으시다가 결국 십자가에서 처절하게 죽임을 당하셨는데, 어찌 그것이 좋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었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셨기에 주님은 그 길을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바로 우리 주님께는 좋은 길, 형통한 길입니다.

   오늘 분문의 제자들을 보십시다. 주님이 가자고 하셔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그 길에 왜 광풍이 불어오는 것입니까? 주님께서 지금 배에 함께 타고 계시는데, 왜 그 배가 호수에 가라앉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까? 주님께서 잘못 인도하셨기 때문입니까?

  오늘도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주님과 함께 걷는 길에도 제자들이 겪는 것과 같은 고난의 광풍이 불어 닥치기도 합니다.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사는 우리 인생길에도 내 인생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계신 그 배는 결코 파선하지 않은 것처럼, 주님의 모시고 주님과 함께 가는 우리의 삶도 결코 차선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내 삶에 고난이 찾아왔다면 그것은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물론 때로는 우리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범죄한 것 때문에 찾아오는 고난이나 고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난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의 제자들처럼,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 할 때에도 고난이 찾아옵니다. ‘고난은 초대장을 들지 않고 찾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불현듯 찾아옵니다. 그래서 내 삶을 뒤집어 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하나님께서 당신이 사랑하는 자녀들인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신 이유는 그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난이나 어려움을 당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진실되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형통하고 잘 나가기만 하면 우리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짐 베이커 목사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감옥에 갇혀야 했지만, 그가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거짓된 복음으로 현혹해서 자신이 호화로움을 누리며 살았을 것입니다. 감옥이라는 고난의 학교에서 그는 성경을 다시 보게 되었고, 바른 복음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은 광풍을 만난 그 어려움을 겪었기에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심으로 그들을 다스리시는 주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역사를 초월하시는 주님의 능력과 그분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고난이나 어려움이 없다면 우리는 주님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사람은 평안하고 형통할 때 하나님을 잊어버립니다. 하나님께서 형통케 하시면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하다가도 막상 문제가 없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형통할 때가 되면 하나님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자신의 삶에 주님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없어도 지금의 내 삶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굳이 주님을 내 인생과 내 삶에 모셔올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고난이나 어려움이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의 믿음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에 자주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한번 아프고 나면 몰라보게 자라고 성장합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고난이 없으면 성장하지 않습니다. 성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내 모습만 간직하려 한다면 굳이 고난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성숙한 믿음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고난의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고난을 이겨낸 애벌레만이 나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고난을 당할 때 우리는 거짓된 욕망과 허망한 욕심을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영원한 생명을 소유하고 그 생명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면, 세상의 헛된 것들을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는 세상의 것들을 쉽게 내려놓지 못합니다. 고난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것들을 내려놓게 만듭니다. 세상의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알게 해 주는 것도 고난을 통해서입니다.

  여러분, 양털을 언제 깎는지 아십니까? 양털은 겨울에 들어서기 직전인 늦가을에 깎는다고 합니다. 여름에 양털을 깎으면 겨울이 되기 전에 양털이 자라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텐데도 굳이 겨울이 되기 직전에 깎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찍 양털을 깎아 겨울에 양털이 길어지면 겨울 추위가 몰아칠 때 양들이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추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들이 서로 몸을 비비면서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자신의 털이 길다고 자신의 털의 따스함만을 믿고 잘난 척 하다가 추위에 얼어죽고 맙니다.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 직전에 양털을 깎는 것이 양들에게 잔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양들로 부지런히 운동하고 서로 몸을 비벼댐으로 서로 돕고 사는 법을 배우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음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합니다.

   추위 직전에 양털을 깎는 것은 양에게는 고난일 수 있습니다.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양의 생명을 지켜주는 비밀입니다.

  세상에 고난을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고난은 고통입니다. 고난은 아픔입니다. 고난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기 때문에 쉽게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난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고난은 우리로 더 좋은 곳을 향해 가게 하는 징검다리입니다. 고난은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고난은 우리로 세상의 것들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고 그것들을 내려놓게 만듭니다. 고난은 우리에게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고난도 결코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하는 한 말입니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시편 119:71) 이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기를 소망합니다.

< 2017년 7월 23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