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은 형제 두기고
< 본문 - 에베소서 6:21-22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에 ‘랍비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에도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어 잘 아시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옛날 한 때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큰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붐비던 수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17-18세기에 일어난 수도원박해 운동과 19세기에 일어난 거센 세속주의의 물결로 인해서 수도원의 세력은 점점 약화되어 가더니, 이제 그 큰 수도원에 수도사가 5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도원장을 비롯한 모든 수도사들은 70세가 넘는 고령의 노인들뿐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몰락을 눈앞에 둔 수도원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깊이 고민하던 수도원 원장은 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가끔 기도와 명상을 위해 산속 오두막집에 머물고 있던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수도원의 상황에 대해서 다 이야기해보았지만, 랍비가 섬기고 있는 도심의 시나고그(회당)도 다르지 않다는데에 서로 공감만 할 뿐 뚜렷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랍비가 수도원 원장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 아무런 조언도 드릴 게 없군요. 단 한 가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당신들 가운데 한 사람이 메시야라는 사실입니다.” 수도원에 돌아온 수도원 원장은 수도사들에게 랍비와의 이야기에서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했고, 랍비가 마지막으로 ‘우리들 가운데 한 사람이 메시야라고 말했다.’는 것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수도사들은 랍비가 한 말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우리들 중에 메시야가 있다고? 이 수도원에 있는 우리 다섯 명의 수도사 가운데 하나가 메시야란 말이야? 그렇다면 누가 메시야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로 그에 대해서 아무도 말하진 않았지만, 다섯 명 모두가 누가 랍비가 말해준 메시야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수도사는 ‘우리들 중에 메시야가 있다면 분명 오랫동안 우리 수도원을 이끌어온 수도원 원장일거야.’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마도 토마스 형제가 메시야일지도 몰라. 토마스 형제에게는 분명 성스러운 모습이 있거든.’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저마다 서로에게 메시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깊은 존경심을 갖고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쩌면 자신이 메시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해서도 조심하며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며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아름다운 경관에 자리잡은 그 수도원에 소풍 삼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황폐해져가던 수도원에 명상하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 절제된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하고, 수도사가 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에 흐르는 경건함과 사랑이 가득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뭔가 모를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 때 존폐위기에 몰렸던 그 수도원은 점차 활기를 찾아갔고, 옛 명성을 되찾아 번성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혹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으십니까? 저는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 시대의 한국교회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때 우리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부러워하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예배당을 짓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갈급한 심정에 성도들은 예배를 사모했고, 감동하며 기쁨의 찬양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상황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커다란 수도원에 나이 많은 수도사 5명만 남는 그런 정도로 쇠락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교인들조차도 예배당에 찾아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쇠락한 수도원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점점 쇠락해져가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회생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한국교회가 다시금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합니다. 쇠락해져가는 수도원이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메시야일 것’이라는 랍비의 말에 수도사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랍비가 해준 말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 수도원은 회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섯 명의 수도사들은 그 말을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중에 분명 누군가가 메시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메시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스스로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수도사답게 살았습니다. 그것이 그 수도원을 사랑의 공동체로 회복시켰고, 그런 수도원의 아름다운 모습과 분위기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수도원은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흥의 역사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그런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교인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나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심을 받은 자답게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상 속에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역시 교회야!’ ‘역시 예수 믿는 사람들은 달라!’ ‘이제 교회가 교회답구먼!’이라고 칭찬하겠습니까? 분명 세상은 오늘 우리에게서 예수 믿는 자다운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세상에, 그리고 우리를 주목하여 바라보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한복음 13:34-35)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날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던 자리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새 계명을 우리에게 주시면서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그 말씀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진짜 예수님의 제자로 인정해 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진 질문에 답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이기적이고 감성적인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신 대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우리가 예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그 사랑의 본에 따라 우리의 삶에서 그 사랑을 나누며 살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에게 ‘당신은 진짜 그리스도인 맞소.’라고 인정해 줄 것입니다.
왜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인정해 주는 지 아십니까? 세상은 그런 사랑을 목말라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그 불완전을 메워갈 뭔가를 갈망합니다. 그 불완전을 메워갈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모두가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게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사랑을 갈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강아지도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사랑스럽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면 으르렁거리며 멀리합니다.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한 존재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메워갈 방법으로 사랑을 갈구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향하여 조그마한 사랑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우리가 먼저 그런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이 가득한 세상으로 만드시기 위해서 부모님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심어 주셔서 그 사랑으로 자식을 사랑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무조건적인 아가페의 사랑이라면 그 아가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랑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친히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아가페의 사랑을 이미 받아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사랑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본문에 소개되고 있는 두기고라는 사람도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두기고가 어떤 사람인지 성경을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진 않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두기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먼저 두기고는 아시아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 중에 동행하여 사도 바울의 복음사역에 동역했던 사람입니다.(사도행전 20:4) 뿐만 아니라 사도 바울이 소아시아에 있는 에베소와 골로새에 편지를 보낼 때 사도 바울의 그 편지를 그곳에 전달한 사람이 두기고였습니다.(에베소서 6:21, 골로새서 4:7, 디모데후서 4:12) 그리고 그레데 섬에서 목회하고 있는 디도에게 ‘사도 바울 자신이 머물고 있는 니고볼리로 오라’는 전갈을 보낼 때에 그 사도 바울의 편지를 갖고 그레데 섬까지 디도를 찾아갔던 사람도 두기고였습니다.(디도서 3:12) 이런 기록들을 근거로 추론해 보건대, 아마도 두기고는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3년 동안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칠 때 사도 바울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줄곧 사도 바울의 수족과 같이 궂은일과 잔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다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이 두기고가 사도 바울의 제3차 선교여행 중에 바울을 만난 이후 바울이 로마에서 순교할 때까지 거의 10년 동안 사도 바울 곁을 지킨 사람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별히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사도 바울의 손과 발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이 두기고였다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그런 두기고를 가리켜 ‘사랑을 받은 형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받은 형제’라는 말은 사도 바울에게만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두기고는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오늘 본문인 에베소서를 쓰면서 에베소 교인들에게만 두기고를 ‘사랑받는 형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골로새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그는 사랑받는 형제’라고 쓰고 있습니다.(골로새서 4:7) 사도 바울 자신에게만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에베소 교회나 골로새 교회 교인들에게도 사랑받는 형제였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반문해 보아야 합니다. ‘왜 두기고는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는가?’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성경에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되지 않는 두기고가 사도 바울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성경이 그 이유를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진 않지만 우리는 명확하게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기고가 먼저 사랑을 많이 베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참 이기적입니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쉽게 마음을 열어 사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사랑을 받아야 마음을 엽니다. 두기고가 사도 바울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두기고가 먼저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도 두기고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성경학자들은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혀 있을 동안 거의 10년 가까이 바울의 뒷바라지를 했던 사람이 두기고였다고 말합니다. 죄수의 몸이 되어서 로마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을 10년을 하루 같이 뒷바라지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이 들고 몸이 연약한 때에, 더구나 감옥에 갇혀 있는 힘든 시기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자신을 섬겨주었으니 사도 바울에게 두기도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입니까? 그런데 사도 바울은 두기고가 자신을 위해서 10년을 하루 같이 그렇게 수고해준 이유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 때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의 마음에 사랑이 없었다면 어떻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사도 바울을 위해서 그 힘든 뒷바라지를 다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다면 두기고는 그런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0여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도 바울에게 사랑을 베풀고 뒷바라지를 했던 두기고의 마음 속에는 분명 자신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힘든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불평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기쁨으로 모든 일들을 감당했습니다. 로마 감옥에 갇혀 있던 사도 바울이 ‘멀리 에베소까지 가서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두기고는 두말하지 않고 가서 편지를 전해줍니다. 수고한 김에 골로새에도 편지를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할 때에도, 심지어 그레데 섬에 있는 디도에게도 편지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에도 두기고는 두말하지 않고 편지를 전해줍니다. 두기고가 그렇게 숱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사도 바울을 위해서 기꺼이 수고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섬겨준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 마음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사랑입니까? 우리는 그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다 깨달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위해 독생자를 내어주신 그 사랑, 그리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 생명까지 버려가며 사랑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값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찬송가 304장에서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하면서 3절에서 이렇게 찬송합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하나님의 크신 사랑 그 어찌 다 쓸까 저 하늘 놓이 쌓아도 채우지 못하리.’ 여러분, 이 가사를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다. 얼마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찬양인지 모릅니다. 그 넓은 하늘을 두루마리 삼았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하늘이 종이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갈대를 꺾어 펜을 만들고, 세상에서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모두 불러다가 바닷물을 먹물 삼아서 하나님의 사랑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다 기록할 수 없습니다.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사랑을 기록한 책을 쌓아놓는다면 저 하늘 높이까지 쌓아올려도 다 쌓을 수 없습니다. 그게 찬송가 304장 3절의 내용입니다.
우리가 그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 사랑을 받았기에 우리도 그 사랑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내가 경험하고 깨닫고 누리고 있는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나눠야 합니다. 두기고는 그런 의미에서 참 훌륭한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는 그 사랑을 친히 실천하여 나눈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두기고가 사도 바울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는 사도 바울을 섬겼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 그를 움직여 사도 바울을 섬기게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두기고가 사도 바울에게 그렇게 섬기고 수족 노릇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사도 바울에게 어떤 권력이 있거나 재력이 있어 사도 바울과 가까이 하면 뭔가 내게 유익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도 바울의 수족노릇을 한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늙은 노인입니다. 세상의 권력도 없습니다. 평생을 복음 전하는 일을 한 그이기에 그에게는 재산도 없습니다. 두기고가 사도 바울 곁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아니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이 그의 가슴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그 사랑이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습니까?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기꺼이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까? 우리가 좋은 믿음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좋은 믿음의 사람은 우리가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의 삶에서 실천하고, 그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새 계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께서 본을 보여주신 대로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참된 신앙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도 요한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일서 3:18)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랑의 모습은 말과 혀로 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실천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진실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거짓된 사랑입니다. 우리는 진실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의 사람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시대를 보면서 ‘사랑이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십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사랑이 메말라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사랑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니 더 정확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 사랑을 베풀려하기보다는 사랑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베풀려 하는 사람의 주변에는 늘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사랑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언제나 사랑이 부족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한량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다 쳐도,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깨닫고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은 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습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랑이 없는 사회에 사랑을 심어야 합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세상에 사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두기고를 사랑받는 형제로 만든 것은 그가 먼저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렇게 먼저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고,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하나님께서 가장 열망하여 찾으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며 사는 사람일 것입니다. 점점 사랑이 식어지고 메말라가는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믿음의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하기를 원하십니다.
여러분, 내가 먼저 사랑의 손을 내밀면 내가 속한 모든 곳에 사랑이 가득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사랑의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 곳은 사랑이 메마른 곳이 되고 맙니다.
여러분, 내가 먼저 손 내미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노력도 해야 하고, 희생과 수고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 힘으로 하려 하면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의 가슴에 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이 지금 내 마음에서 역사하도록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열어 드리면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 스스로 역사하십니다. 그러면 우리의 자존심을 깨뜨리고 내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게 되고, 내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걸음 내 형제에게 가다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내가 먼저 사랑의 손을 내미는 자리가 천국이 될 것입니다. 내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내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하면 우리 가정이 천국이 됩니다. 내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내 남편을 이해하고 품어주면 우리 가정이 천국이 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혹 우리 교회에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으십니까? 내가 먼저 사랑으로 다가가십시다. 그러면 우리를 통해서 우리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껄끄럽고 어려운 사람에게 한 걸음 내가 먼저 다가가십시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서 손을 내밀면 내 형제도 내게 한 걸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면 형제와 나는 서로에게 두 걸음 가까이 다가서 있게 됩니다. 그것이 사랑의 역사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오늘도 사랑이 필요한 곳에 한 발자국 다가서십시다. 그러면 우리 가정, 우리 교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 2019년 1월 27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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