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일꾼 두기고

< 본문 - 에베소서 6:21-22 >

   일본이 세계 앞에 자신 있게 내놓는 위대한 두 스승을 꼽으라고 하면 ‘우지무라 간조’(內村鑑三)와 ‘가가와 도요히꼬’(賀川豊彦)를 말한다고 합니다. 우찌무라 간조는 탁월한 사상가로 손꼽히는 사람이고, 가가와 도요히꼬는 성자와 같은 삶으로 많은 사람에게 추앙을 받는 사람입니다. 성자와 같은 삶을 통해 추앙을 받던 가가와 도요히꼬가 어느 날 일본천황의 부름을 받고 천황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천황과 이야기 하던 중에 천황이 가가와에게 물었습니다. ‘가가와 선생, 선생이 믿는 예수는 누구를 닮았을까요?’ 그는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예수님이 누구를 닮았다고 하지? 유명한 성화 그림에 나오는 분과 같다고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폐하! 그 문제에 대해선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기도실에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오 주님, 이 놈이 주의 현상을 황제에게 알릴 기회가 있었는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님을 누구와 닮았다고 하오리까?” 그렇게 깊이 기도하던 중에 성령께서 이런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너를 닮았다고 하거라.’ 그 후 다시 천황 앞에서 선 그는 “폐하, 제가 믿는 예수님 저를 닮았습니다. 저의 거룩한 삶과 진실된 마음이 예수님의 얼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가가와의 인자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천황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예수가 가가와 선생을 닮았으면 훌륭한 분이겠군요.”

   여러분, 가가와 도요히꼬는 일본의 천황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가 당신을 닮았다면 참 훌륭한 분이겠군요!’ 이 말처럼 듣기 좋은 말은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목사로서 당신의 가장 큰 소망이 무엇이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에게서 조금이나마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제 삶에서, 제 말이나 행동에서, 저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비단 저만의 소원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있는 소원일 것이고, 또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런 소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세상 속에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세상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예수 믿는 사람다워!’라고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난주에 오늘 본문에 소개된 두기고를 통해서 ‘세상은 우리에게 사랑을 원한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점점 사랑이 메말라가는 세상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세상이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는 새 계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두기고는 그런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기꺼이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은 형제’라고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두기고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두기고를 향해 ‘주 안에서 진실한 일꾼’이라고 칭찬해 줍니다. 그렇다면 두기고가 어떤 사람이었기에 ‘주 안에서 진실한 일꾼’이라고 칭찬을 받았을까요? 두기고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먼저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받은 형제’라는 칭찬과 인정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주 안에서 진실한 일꾼’이라는 칭찬과 인정을 받은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진실하다’는 말은 신약성경 언어(헬라어)로 피스토스(pistos)입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 성경에 세 가지 말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진실’이라는 말과 ‘성실’이라는 말과 ‘충성’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번역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 ‘진실한’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피스토스’라는 말은 자기 자신에게 적용될 때에는 ‘진실’이라는 말로 번역하고, 다른 사람에게 적용될 때에는 ‘성실’이라고 번역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적용될 때에는 ‘충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실한 일꾼 두기고’를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행해서는 언제나 진실했고, 사도 바울이나 에베소 교회 교인들처럼 다른 사람을 향해서는 성실한 사람이었고, 하나님을 향해서는 충성스러운 일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의 모습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렇습니다. 두기고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부터 ‘진실한 일꾼’이라는 칭찬을 받은 것입니다. ‘진실하다’는 말을 조금 깊게 이해한다면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 놓는다 하더라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의 내면을 잘 알지 못합니다. 또 그 사람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인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보여준 삶의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인품이나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기고의 삶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진실한 사람이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는 사도 바울의 3차 선교여행 때부터 바울과 동행하면서 선교에 힘썼던 사람입니다.(사도행전 20:4) 그리고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바울의 형편을 에베소 교회와 골로새 교회에 알려주기 위해서 보냄을 받은 사람이었고, 또 사도 바울의 편지를 전달할 책임을 지고 보냄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골로새서 4:7, 에베소서 6:21, 디모데후서 4:12) 심지어 그레데라는 섬에서 목회하고 있던 디도에게 사도 바울의 편지를 전달해주고 바울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던 사람도 두기고였습니다.(디도서 3:13) 성경에 두기고에 대한 행적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그 표현들 속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기고가 사도 바울에게 특별한 신임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자신의 편지를 두기고의 손에 위탁했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두기고는 사도 바울에게 전권대사와 같은 사람입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도 바울의 형편을 에베소나 골로새와 같은 교회들뿐만 아니라, 디모데나 디도와 같은 다른 동역자들에게 알려줄 책임을 맡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쓴 편지를 그들에게 전달해 주는 일도 맡았습니다. 그런데 두기고는 그 모든 일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신실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노년에 많은 일을 두기고에게 맡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떤 일을 맡길 때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습니다. 특별히 중요한 일을 맡길 때에는 신중하게 사람을 선택합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이 쓴 편지를 에베소나 골로새 교회에 보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일 것입니다. 나이가 많은 사도 바울은 자신이 감옥에 갇혀있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기에 그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중요한 일을 누구에게 맡길까?’ 생각할 때 사도 바울의 머릿속에 두기고가 생각이 납니다. ‘두기고에게 맡기면 안심이 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에배소로 보낼 때에도, 골로새로 보낼 때에도, 그레데 섬으로 보낼 때에도 사도 바울은 주저하지 않고 두기고를 떠올리고 두기고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습니다.

   두기고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하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도 바울에게 신임을 얻었습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처럼, 두기고는 10년 동안이나 바울의 감옥살이 뒷바라지를 해 주었습니다. 말이 10년이지,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뒷바라지를 해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사도 바울이 자신과 어떤 혈육으로 맺어진 인척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또 사도 바울의 뒷바라지를 해줌으로 그에게 어떤 이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 시대에 복음전도에 목숨을 바친 사도 바울의 곁에서 그의 뒷바라지를 해준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그런 박해의 위협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10년을 고생하며 뒷바라지한 결과 명예나 이익이나 칭찬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두기고는 그 1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도 바울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기고가 그렇게 바울에게 성실했다는 것은 곧 하나님께 충성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두기고는 나중에 바울의 추천에 의해서 그레데 섬에서 목회하고 있는 디도의 뒤를 이어서 그레데 섬에서 목회하게 되었고, 그 후에는 소아시아에 있는 콜로폰(Colophon)의 주교(主敎)가 되어 교회를 섬겼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도 사도 바울과 같이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를 하게 됩니다. 그 전승이 맞다면 두기고는 순교를 당할 때까지 하나님께 충성했던 사람입니다. 본문에 두기고를 ‘진실한 일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 말은 죽기까지 충성한 일꾼이었다는 말과도 같은 것입니다. 바울은 두기고가 아직 순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믿음과 그가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서 하나님께 순교하기까지 충성할 위인으로 보앗던 것입니다.

   진실이라는 이 말은 라틴어 ‘시네 체라’(sine cera)라는 말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 말의 원래 뜻은 ‘밀초를 칠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이 생기게 된 배경은 고대에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면서입니다. 도자기 가운데 막 써도 되는 값싼 도자기는 두껍게 만들기 때문에 불에 구워낼 때 깨지거나 금이 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값비싼 도자기는 가볍고 얇게 만든데다가 거기에 선명한 색깔을 넣습니다. 그러다보니 값비싼 도자기는 불에 구워내기 전이나 구워낸 후에 깨지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직한 도공은 금이 간 도자기를 보면 아끼지 않고 깨뜨려버립니다. 그런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금이 간 도자기를 깨뜨리지 못하고 시중에 내다 팝니다. 그냥 팔면 금이간 것임이 들통나기 때문에 색소에다 딱딱한 밀초를 섞어 갈라진 틈을 메워 유약을 바른다고 합니다. 그러면 금이 간 부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대에 그 도자기가 금이 가지 않은 최상품 도자기인지, 아니면 금이 간 것에 밀초를 발라 상품으로 내놓은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도자기를 햇빛에 비춰봅니다. 그러면 금이 간 도자기에 밀초를 발랐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도자기에 밀초를 바른 자국이 없을 때, 그 도자기에다 ‘시네 체라’(sine cera)라는 글을 새겨놓는다고 합니다. 금이 가지 않은(밀초를 바르지 않은) 진짜 명품 도자기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금이 간 도자기는 밀초로 금이 간 자국을 감춘다 하더라도 그것은 명품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리 그럴 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중심을 보십니다. 우리의 중심으로 보신 하나님께로부터 ‘시네 체라!’(당신은 진짜야!)라는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게 진짜 그리스도인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은 속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감추면 세상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 우리의 중심으로 보시는 하나님은 결코 속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시네 체라!’라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두기고처럼 진실한 일꾼이라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 반드시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오랜 시간의 연단입니다. 진실하다는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순금을 얻기 위해서 오랜 연단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안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신앙을 갖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 연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광물을 오랜 시간 연단하지 않으면 불순물이 제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외적 충격도 버텨낼 수 있는 단단한 광물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외적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한 신앙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 연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진실한 일꾼이라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그 연단의 과정에서 반드시 희생이라는 큰 관문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두기고를 생각해 보십시다. 10년 이상을 사도 바울 곁에서 뒷바라지를 해 주었기 때문에 사도 바울은 두기고를 ‘진실한 일꾼’이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심부름 한 두 번 시켜보고 나서 한 말이 아닙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두기고를 지켜본 결과 나온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두기고가 사도 바울의 뒷바라지나 심부름을 하면서 겪었을 고난과 희생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의 교통 상황으로 로마에서 에베소까지 가려면 최소한 한두 달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가는 길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아드리아해와 지중해를 거쳐 먼 길을 배편으로 갈 수도 있고, 아드리아해를 거쳐 육로인 에그나티아 가도(Via Egantia)를 통과해 에베소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교통이 발달된 시대에도 그 길을 간다는 것이 쉽지 않는 여정인데,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때로는 그 길을 감에 있어 목숨을 건 위험을 겪을 수도 있고, 질병으로 인해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기고는 그 어떤 변병이나 핑계를 대지 않고 사도 바울이 요청한 일에는 기꺼이 순종했습니다. 내가 좋아서 가는 길도 아닌데, 그 멀고 험한 길을 가려 할 때 왜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두기고는 기꺼이 자기를 희생했습니다. 그랬기에 사도 바울로부터 ‘진실한 일꾼’이라는 칭찬을 받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 ‘그래 너는 참 진실한 일꾼이구나!’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사람에게도 그렇거니와 하나님께 인정받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연단하고 수고하여 하나님께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로부터 진실한 일꾼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요한계시록 2:10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진실이라는 말이 하나님을 향하여 쓰일 때에는 충성이라고 했습니다. 충성이라는 것은 곧 우리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해내는 것입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여러분, 이 말씀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충성은 죽음의 순간까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변함없이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것이 충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신앙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한 진실됨’ ‘죽음의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갖는 변함없는 마음’ 그것이 충성입니다. 두기고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을 만난 이후 변함없이 사도 바울에게 성실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주님을 위한 변함없는 마음으로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진실한 일꾼’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남동부에 위치한 ‘시라쿠사’(Siracusa)라는 해안 도시가 있습니다. 옛날에 이 도시를 다스리는 왕 가운데 아주 허영심이 많은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뛰어난 시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뛰어난 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왕의 주변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왕이 지은 시를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 사람, 당대에 가장 학식이 높았던 철학자 필락시노스만은 왕을 칭송하지 않고 늘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학식 높은 철학자의 칭송을 받고 싶었던 왕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나의 시에 대해서 왜 항상 침묵만 하고 있는가?” 그러자 필락시노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전하, 그것은 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왕의 시가 형편없다고 비평했습니다. 자신을 향해 그런 비평을 한 것에 화가 왕은 필락시노스를 당장 감옥에 가둬버렸습니다. 평소 학식이 높고 훌륭한 인품을 존경했던 필락시노스가 감옥에 갇히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석방을 탄원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필락시노스를 잔치자리에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시를 낭송했습니다. 그 시를 듣고 왕을 칭찬하면 풀어줄 요량이었습니다. 왕이 이런 시를 낭송했습니다. ‘불이 타오르도다. 나의 정열의 불이여! 불은 위대하도다, 나도 위대하도다. 시인이라면, 나를 알아줄 것이로다.’ 그러자 필락시노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자기를 호송해 온 간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를 다시 지하감옥으로 데려가게나!”

   여러분, 여러분은 하나님께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십니까? 나중에 우리의 후손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 주기를 원하십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받는 평가는 결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서 내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으로 먼 훗날 우리를 평가할 것입니다. 두기고처럼 ‘사랑받은 형제요 주 안에서 진실한 일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는 참 멋진 신앙인으로 산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특별히 ‘진실한 사람, 진실한 일꾼’이라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합니다. 내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으로 이웃을 대해야 하고, 하나님 앞에 생명을 바칠 정도로 충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 그렇게 살아보십시다. 힘들지만 성실하게, 진실하게, 충성스럽게 사십시다. 그러면 하나님께로부터도, 사람들로부터도 ‘진실한 사람’ ‘진실한 일꾼’이라고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 2019년 2월 3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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