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떡으로 오신 그리스도

< 본문 - 요한복음 6:47-51 >

   우리에게 ‘장발장’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불후의 명작 중에 명작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장발장(Jean Valjean)은 프랑스 한 지방의 가난한 노동자였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7명의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던 중, 네 차례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의 징역을 살게 됩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후에 그는 좌절과 인간에 대한 증오심에 다시 절도와 살인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미리엘 주교를 소개받고, 주교의 집을 찾아갑니다. 미리엘 주교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할 때 꺼내놓는 은촛대와 은접시를 꺼내놓고 장발장을 대접합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던 장발장은 전과자라 낙인찍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값비싼 은접시를 훔쳐 도망치고 맙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못해 경찰의 검문에 거리게 되고, 경찰에 의해 미리엘 주교에게 끌려갑니다. 미리엘 주교는 ‘왜 그 귀한 것을 훔쳐 갔느냐?’고 책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발장에게 ‘이 은촛대도 주었는데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말함으로서 장발장을 용서해 줍니다. 그리고 장발장의 귀에 이렇게 말해 줍니다. “당신의 영혼은 내가 샀으니, 앞으로는 선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 이후 장발장은 마음을 고쳐먹고, 이름을 ‘마들렌’이라 바꾸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미리엘 주교와 한 약속을 지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선하게 살아갑니다. 공장을 운영하면서 부자가 될 때에도 그는 계속해서 기부와 선행으로 명망이 높아져 가고, 결국 그 도시의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감옥생활을 하던 중에 악연으로 만난 자베르는 형사가 되어 마들렌 시장이 사라진 장발장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의 뒤를 파내기 시작하고, 억울한 오해를 하고 있던 팡틴이라는 여성으로 인해 장발장은 자신의 신분에 대한 진실을 밝히게 됩니다. 자베르 형사에 의해 체포된 장발장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다시 감옥에 수감됩니다. 장발장이 수감되자 그 도시는 몰락하게 되고, 얼마 후 감옥에 갇혀 항구에서 부역을 하던 장발장은 노역장의 사고를 틈타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탈옥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팡틴의 딸 코제트를 찾아내 그를 데리고 수녀원으로 숨어들어가 거기에서 코제트를 키웁니다. 이후 프랑스혁명이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장발장은 코제트를 마리우스라는 젊은이와 짝지어주고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소설은 빅토르 위고가 35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17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의 격변기를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역사대하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빵 한 조각 얻지 못해 굶주려야 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소설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빵 한 조각 얻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시대에, 누군가를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작은 선행을 베풀 때 도시가 살아나고 생명이 살아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미리엘 주교의 선한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찬 장발장을 변화시켰고, 장발장의 선행에 결국 혹독하리만치 법만을 강조했던 자베르 형사도 마음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조카들에게 먹일 빵 한 조각을 훔친 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는 사회로부터 전과자라고 사람들에게 배척당해야 했고 그 어떤 희망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야 했지만, 그 모든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빵 한 조각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적인 사랑을 베풂으로서 성인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빅토르 위고의 이 소설이 1862년에 출간되자 서점 앞에는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출간 후 불과 1주일 만에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고, 장례식이 열리던 1885년 6월 1일 그의 영구 행렬이 프랑스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팡테옹(Pantheon)으로 향하는 거리에 들어서자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운집하여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삶의 문제는 역시 먹는 것입니다.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된 프랑스 혁명 역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기치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 근저에는 빵의 문제(먹을 것의 문제)가 있습니다. 궁핍한 생활에 굶주림에 지쳐 있는 시민들이 ‘빵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자 마리 앙투와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유층에서는 고급스럽고 좋은 빵을 먹었던 반면, 가난한 농민이나 시민들은 제대로 된 빵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입니다. 그건 비단 18세기 19세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는 먹고 사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삶이 멈추면서 장사가 되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치는 이유도 장사가 되지 않으니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께서 사역하시던 2천 년 전의 상황은 오늘 우리 시대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그 오병이어의 기적은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을 떠나 갈릴리 건너편 벳새다로 가셨습니다. 그곳은 빈들이었고, 너무 바쁜 사역에 잠시 쉼을 갖기 위해서 한적한 빈들인 그곳으로 가셨던 것(마가복음 6:30, 마태복음 14:13)입니다. 가버나움에서 벳새다까지의 거리는 약 6.4km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를 타고 벳새다로 가셨는데, 예수님께서 그곳으로 가신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은 걸어서 그곳까지 찾아왔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에 미리 그곳에 와 있기도 했습니다. 잠시 쉬시기 위해서 가셨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오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는 날이 저물어가자 빌립에서 ‘이들에게 무언가를 먹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 먹을 것을 제대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가난하게 살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록하고 있는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요한복음 6:4절에서는 그 때가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 때’라고 말씀합니다. 왜 성경은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 때가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 때라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입니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큰 명절입니다. 그리고 그 명절은 철저하게 종교적인 명절입니다. 그래서 유월절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적인 열정이 가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을 지키는 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월절이 되면 유대인들은 유월절 어린 양을 잡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탈출할 때 그랬던 것처럼 누룩을 넣지 않는 무교병을 준비해서 유월절 기간에 먹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유월절은 유대인에게 가장 큰 명절이고, 그 명절은 오늘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날만큼은 아닐지라도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로 나왔던 사람들은 남자 장정만 5천 명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먹을 것을 변변하게 준비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겨우 어린아이 하나만 자신이 먹을 만큼의 작은 도시락 하나를 준비해 왔을 뿐입니다. 그만큼 지금 예수님을 따라온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이 살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유대인 최고의 명절이 되었는데도 먹을 것 하나 변변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도시락으로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셨습니다. 정말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벳새다 빈들에서 떡을 먹었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억지로 붙들어 임금을 삼으려고 했습니다.(요한복음 6:15)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의 빌붙어 살아가는 권력자들과 세리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거둬갔습니다. ‘세금을 거둬갔다’는 표현보다는 ‘강제로 약탈해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로, 당시 유대인들은 권력자들에 의해서 약탈당하면서 너무나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도 그랬거니와, 빈부격차가 급속히 커짐에 따라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런 불평등하고 착취가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가 뒤집어지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혁명을 이끌 사람, 그 혁명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지도자가 될만한 사람으로 예수님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이런 기적을 통해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이 예수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그런 혁명을 꿈꾸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억지로 임금 삼으려 하는 그들에게서 스스로 몸을 피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 계실 때 무리들이 또 예수님을 찾아 모여들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좀 더 본질적이고 신앙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이유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구나. 한 끼 먹고 다음 날이면 배가 꺼지는 떡을 위해 살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해 살라.’고 말입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께서 당시 사람들의 상황을 너무 모르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말씀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대부분의 갈릴리 사람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것조차도 힘든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해서 산다는 것이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다시 몰려든 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공궤해 주시는 그런 기적을 또다시 베풀지 않으셨습니다. 6:33절 이하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사람들은 “주여 이 떡을 항상 우리에게 주소서.”라고 대꾸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할 때 하나님께서는 매일 만나를 내려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이셨습니다. 지금 갈릴리 사람들은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광야에서 그런 것처럼 지금도 하나님께서 그런 만나를 내려주셔서 우리로 굶주리지 않게 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대감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매몰차게도 우리 주님께서는 그들의 요구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한복음 6:35)고 말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생명의 떡이고, 예수님을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는 이 말씀은 당시 갈릴리 사람들에는 너무나도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말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의 인간됨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30세가 될 때까지 그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던 예수님이 갑자기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라고 말씀하시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재차 강조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라고 말입니다. 그게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너희가 기대하는 조상들이 광야에서 먹던 만나는 일시적인 양식이고, 그 양식을 먹는 자는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일시적으로는 생명을 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원히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닌 세상의 떡보다도 영생을 가져다주는 떡에 더 관심을 보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우리에게 굉장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상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육체를 살리는 떡을 공급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분이 결코 아닙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육체를 살리는 떡을 주시기 위해 오셨다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날마다 일어났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3년간 공생애 가운데 오병이어와 같은 기적은 단 두 번 밖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떡과 물고기로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것은 굶주림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 불쌍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기적을 통해서 참된 양식인 예수님,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을 믿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떡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떡에만 관심 갖지 말고,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이신 메시야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6:14절에서는 오병이의 기적을 가리켜 “표적”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표적’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뜻입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신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했으면서도 여전히 육체을 위한 떡만을 생각하고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에서 아주 분명하게 당신을 계시해 주신 것입니다.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 생명의 떡이라고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고 기대하는 떡은 한 끼 먹고 나면 다시 우리의 배를 공허하게 만드는 일시적인 것입니다. 아무리 배불리 먹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야 하는 ‘썩을 양식’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양식이 되십니다. 우리를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자들에게도 하늘의 행복을 느끼며 살게 하십니다. 전쟁과 같은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온다 하더라고 마음에 평화를 유지하며 사는 하늘의 평강을 공급해 주십니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도 모든 것을 소유한 자처럼 하늘의 풍요를 누리며 살게 하는 힘을 덧입혀 주십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무엇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고 계십니까? 우리의 마음을 두렵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기에 몰려 있다는 것이 우리 마음을 두렵게 하고 있진 않습니까? 세상의 사람들이 다들 걱정하고 있는 먹고사는 문제가 우리의 마음을 낙심하게 만들고 있진 않습니까?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온통 먹고사는 문제, 이 땅의 문제는 아닙니까?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십니다. 우리의 삶에 두려움이 찾아오고, 우리의 마음을 낙담하게 만드는 상황에 놓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자비의 눈길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삶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시지만 우리가 주님을 나의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떡이심을 믿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십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문제는 한번 해결된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도 2020년 한번 해결된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1년은 어쩌면 더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만 퇴치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우리의 삶에 염려되는 일이 없겠습니까?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를 겪었을 때 우리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후 우리에게 힘든 시기가 없었습니까?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에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계를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2002년 사스(SARS)를 이겨내자 2009년 신종플루라는 독감 바이러스가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고, 이어서 메르스,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렸습니다. 이것도 곧 지나갈 것입니다. 2021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냈다고 좋아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결코 끝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를 겪어야 했던 것처럼 언제 또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를 위기에 빠뜨릴지 모릅니다.

   우리 자신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위기를 극복해냈다고 좋아하는 순간 또 다른 위기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건강을 회복했다고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또 다시 우리는 건강의 염려에 빠져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최고 관심사는 오직 예수님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은 영원히 동일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평강으로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것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에 연연하면 우리의 걱정거리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떡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하여, 주님만을 나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 면 우리 인생은 어느 누구도,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입니다. 생명이 떡이신 예수님을 영접한 순간 우리의 생명은 영원한 나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 2020년 12월 13일 주일낮예배-대림절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