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침묵

< 본문 – 마태복음 2:19-21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부인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수도원을 찾아와 신부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더 이상 남편과 못 살겠어요. 그 사람은 너무 자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경질을 부린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정이 다시 화목해질 수 있을까요?” 신부님은 잠시 생각한 후에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부인, 우리 수도원 앞뜰에 작은 우물이 하나 있지요? 수위에게 가서 그 우물물을 좀 얻어 가십시오. 그리고 남편이 집에 돌아오시면 그 물을 얼른 한 모금 입에 머금으십시오. 삼켜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부인은 신부님의 말대로 수도원의 우물물을 얻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 늦게서야 귀가한 남편은 여느 날처럼 부인에게 불평과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같았으면 부인도 마구 달려들었겠지만, 부인은 신부님의 가르침대로 수도원 우물에서 떠온 성수를 얼른 입안 가득히 머금었습니다. 그리고 물이 새지 않도록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의 떠드는 소리가 점차 잠잠해졌습니다. 그날 밤 이들 부부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무사히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부인은 남편이 신경질을 부릴 때마다 그 수도원에서 가져온 성수를 입안 가득히 머금곤 했습니다. 그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안 남편의 행동은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신경질도 줄어들었고, 오히려 부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달라진 태도에 무척이나 기뻐하며 수도원 신부님을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말해 주었다고 합니다. “부인, 기적을 일으킨 것은 수도원 앞뜰의 우물물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의 침묵이죠.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한 것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때로 침묵은 그 어떤 약보다도 큰 힘을 가집니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은 “언어는 위대하다. 그러나 침묵은 더 위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언어(말)을 통해서 누군가를 설득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드러내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침묵이 자신을 더 잘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하나님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침묵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 읽어드립니다.

  “마음이 상했지만 답변하지 않을 때, 내 마음 내 명예에 대한 방어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길 때, 침묵은 양선입니다. 형제들의 탓을 드러내지 않을 때, 지난 과거를 들추지 않고 용서할 때, 판단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용서해 줄 때, 침묵은 자비입니다. 불평없이 고통 당할 때, 인간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서두르지 않고 씨가 천천히 싹트는 것을 기다릴 때, 침묵은 인내입니다. 형제들이 유명해지도록 입을 다물고 하나님의 능력의 선물이 감춰졌을 때, 내 행동이 나쁘게 평가되더라도 타인에게 영광이 돌려지도록 내버려둘 때, 침묵은 겸손입니다. 그분이 행하시도록 침묵할 때, 주님의 현존에 있기 위해 세상 소리와 소음을 피할 때, 그분이 아시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인간의 이해를 찾지 않을 때, 침묵은 신앙입니다. ‘왜’라고 묻지 않고 십자가를 포용할 때, 침묵은 순종입니다.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내 유익을 구하지 않고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할 때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을 때 침묵은 사랑입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침묵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자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의 모습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성경에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 인물이긴 하지만, 요셉의 이야기에서 특이한 것 중 하나는 성경에 요셉이 한 말이 단 한 마디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셉의 관련되어 나타나는 본문들이 여럿 있지만, 그럴지라도 요셉이 무언가 말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요셉이 등장하는 성경의 기록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서는 요셉이 주어로 등장하는 본문은 단 한 번 밖에 없습니다. 호적을 하기 위해서 마리아를 데리고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는 요셉이 주어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그림자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목자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할 때에도, 또 아기 예수께 정결예식을 행하기 위해서 예루살렘 성전을 찾아갔다가 시므온과 안나를 만났을 때에도, 심지어 예수님이 열두 살 때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에도 요셉은 주어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자세하게 읽지 않으면 요셉이 등장했는지조차도 알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마태복음에서는 요셉이 주어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세 번에 걸쳐 나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가 1장에 나옵니다. 예수님의 족보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한 후에 요셉과 정혼한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남편 요셉은 정혼한 마리아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용히 관계를 끝내려고 합니다. 그 때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나타나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였고, 잉태된 그 아이가 자기 백성을 저들의 죄에서 구원한 메시야 예수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렇게 그 이야기를 매듭짓습니다.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마태복음 1:24-25)

   마태복음에 나오는 요셉의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타납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먼 길을 왔고, 헤롯 왕이 메시야가 태어났음을 직감하고 메시야를 죽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베들레헴 경내에 있는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헤롯이 그 명령을 내리기 바로 직전에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하라’고 지시합니다. 그 말을 들은 후 요셉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연결됩니다. “요셉이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떠나가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었으니.”(마태복음 2:14-15)

   그리고 세 번째 요셉의 이야기가 오늘 본문입니다. 가족을 데리고 애굽에 피신해 있던 요셉에게 주의 사자가 또 나타납니다. 그리고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2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요셉이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니라.”

   이 세 개의 이야기에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공통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공통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모든 이야기에서 요셉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요셉은 정혼을 하고 아직 공식 혼인을 하지 않은 자기의 아내 마리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 때 요셉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찌 처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요셉은 그 모든 것을 생각으로만 할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의 사자가 마리아가 잉태한 것은 하나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메시야를 이 땅에 보내시기 위함이라고 말해 줄 때에도 ‘아니 하나님, 왜 하필 내 아내여야 합니까? 아직 결혼식도 하지 않은 내 아내가 아이를 가지다니요.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항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의식했다면 ‘결혼도 하지 않은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마리아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내 아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결혼식도 하지 않고 동침했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헤롯이 아기 예수를 죽이려 하니 아이와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하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분명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왜 그 먼 애굽으로 가라고 하십니까? 내 고향 나사렛으로 돌아가 쥐죽은 듯이 살면 안 되나요? 나는 평생 나사렛에서 산 목수입니다. 내 단골들은 모두 나사렛 인근에 삽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먼 애굽으로 떠나라구요? 꼭 지금 떠나야 하나요?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가면 안 되나요?’ 그렇게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인 오늘 본문에서 주의 천사가 요셉에게 아이와 마리아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그 때에도 요셉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겨우 이곳 애굽에서 자리를 잡고 살만한데 꼭 돌아가야 하나요?’ 그럼에도 역시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세 이야기의 두 번째 공통점은 ‘일어나’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데도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그 말씀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게 ‘일어나’라는 말속에 함유된 내용입니다.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를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난 후 이렇게 말합니다.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마태복음 1:24) 분명 천사가 전해준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그도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해하려 하거나 질문하려 하지 않고 ‘일어나 분부대로’ 행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아기와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은 후 그는 침묵한 채 ‘일어나 밤에 아기와 마리아를 데리고 애굽으로’ 떠나갔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아무런 말 하지 않고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요셉의 침묵 뒤에는 말씀에 대한 순종이 있었습니다. 그게 믿음입니다. 그렇게 침묵한 채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말씀대로 순종한 요셉이었기에 마태복음 1:19절에서 요셉을 소개하면서 “의로운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치거나 뜸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요셉은 하나님의 지시에 침묵한 채 아무런 저항없이 일어나 행동했습니다. 그 말씀을 따랐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참 많이 노력합니다. 때로는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에게 침묵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큰 결단을 해야 할 때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순종하는 믿음이 요구될 때입니다.

   아브라함도 그랬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창세기 22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황당한 요구를 하십니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을 가서 내가 네게 일러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세기 22:2)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었습니다.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이 아들을 통해 큰 민족을 이루겠다고 약속하신 분이 하나님이신데... 그런데 그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니...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아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이어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일러 주신 곳으로 가더니.”(창세기 22:3) 이해할 수 없는 말씀에 아브라함 역시 침묵했습니다. ‘왜 하필 이삭이냐?’고, ‘이 아들을 번제로 드리면 하나님의 약속은 어떻게 되느냐?’고, ‘아들 대신 다른 짐승으로 번제를 드리면 안 되느냐?’고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게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의 행동이었습니다. 항변하고, 이해하려 하고, 불평하는 대신 침묵하며 순종한 것입니다.

   그 침묵으로 행한 순종이 하나님께서 귀하게 보시는 믿음이었습니다. 요셉은 침묵으로 순종한 사람이었기에 ‘의로운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아브라함 역시 침묵으로 순종했기에 ‘믿음의 조상’이라는 명예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서 우리는 때로 번뇌하기도 하고, 그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말이나 사건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바로 그 때가 우리에게 침묵과 순종의 미덕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하나님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민수기 12장에 나오는 모세의 모습에서 우리는 침묵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모세가 이방 여인인 구스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모세의 누이와 형인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했습니다. 성경은 그들이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고 비방했다고 말씀합니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했다는 것을 구실삼아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지도력에 저항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 때 모세가 자신을 비방하는 형과 누이에게 할 말이 왜 없었겠습니까?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언제 죽었는지 성경은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구스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을 때에는 이미 아내 십보라가 죽은 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비방하는 누이와 형에게 모세가 이렇게 항변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방 여인과 결혼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하나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데 왜 누님과 형님이 뭐라 하시는 것입니까? 더구나 내가 아내를 맞이한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걸 말씀하시지 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지도력을 들먹이는 것입니까?’ 모세로서는 충분히 변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모세가 자신을 비방하는 누이 미리암과 형 아론에 대해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말씀합니다. 오히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민수기 12:3)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세를 비방했던 아론과 미리암을 책망하셨고, 누이 미리암은 나병에 걸리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자신을 향해 비방하는 누이와 형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침묵했던 모세, 그 모세를 하나님께서는 온유한 사람이었다고 칭찬하셨던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에 대해서 분명하게 변명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 수도 있고, 자신의 입장을 변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분명한 설명으로 이해시켜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서 때로는 ‘하나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어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침묵해야 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침묵해야 할 때가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때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침묵하고 싶지 않지만 침묵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을 할 때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억울할 때 변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론 변명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사람들 앞에서도 그럴진대 하나님 앞에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은 우리의 생각과 너무 많이 다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고 내 길이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이사야 55:8-9) 하나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처럼)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렇게 많이 다릅니다. 우리의 생각이 아무리 크고 넓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생각과 하나님의 뜻을 다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입을 다물고 침묵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침묵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겠다는 결단입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꼭 그 말을 해야할까’ 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말입니다. 때로는 침묵이 대답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집니다. 침묵이 말보다도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침묵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방편입니다. 그래서 빌라도의 재판정에서도, 헤롯 왕의 심문에도 예수님은 침묵하셨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예수님 자신에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항변하는 대신 침묵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으로 십자가를 지셨고, 십자가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는 방법은 수다한 말이 아닙니다. 침묵이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고, 우리의 거룩함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침묵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려줍니다.

   여러분! 때로, 아니 자주 하나님 앞에 침묵하십시다. 사람들 앞에서 침묵하십시다. 그래서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순종하십시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하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일하십니다. 침묵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침묵, 그것은 가장 큰 신앙의 힘이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 2021년 9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