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하나님의 말씀

< 본문 – 마태복음 15:1-6 >

여러분, 단장(斷腸)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요? 단장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인데,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주 깊은 슬픔을 나타낼 때 쓰는 단어입니다. 이 말은 중국 진나라의 환온(桓溫)이라는 장군의 일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환온 장군이 촉나라를 정벌하기 위해서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나누어 싣고 가던 도중 양쯔강 중류의 협곡인 삼협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을 지나면서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 오자, 그 원숭이의 어미가 환온 장군이 탄 배를 쫓아 100여 리를 따라오며 구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배가 강어귀가 좁아지는 곳에 이를 즈음 어미 원숭이가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새끼를 구하겠다는 일념을 애를 태우며 먼 길을 달려왔던 어미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이 창자를 끊은 것입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환온 장군은 새끼 원숭이를 풀어주고, 그 원숭이를 잡아 왔던 병사를 매질하여 내쫓았다고 합니다.

원숭이도 자기의 새끼를 빼앗기자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애를 태웁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인들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모든 부모님들의 상황이 한결같지는 않겠지만, 모든 부모들에게는 그런 애달픈 자식 사랑이 그 마음 중심에 늘 존재합니다. 그런 사랑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고, 알몸으로 피투성이같이 태어난 우리들이지만 이렇게 생명을 부지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섬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내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것인데도 오늘 우리 시대는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풍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오늘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 시대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부모님을 섬기지 않으려는 풍토가 있었음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장로들의 전통’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성경에서 ‘장로’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어른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많이 산 어른이 삶에서 얻은 지혜를 가지고 인생의 후배들에게 신앙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장로들의 전통입니다. 그런데 이 장로들의 전통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상들이 가르쳐준 가르침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예수님 당시 종교지도자인 바리새인들은 율법보다도 이 장로들의 전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율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인데, 하나님의 가르침인 율법보다도 그것을 오늘에 적용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가르침인 이 전통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한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서를 읽으면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장로들의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고 책망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통보다는 율법의 본질과 정신에 충실하게 사셨는데, 그리고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셨는데 바리새인들은 율법보다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장로들의 전통을 들이대며 그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책망한 것입니다. 그것뿐 만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 가르침을 자기들이 편리한 대로 해석하여 율법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일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율법을 잘 지키기 위한 가르침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것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그 예가 오늘 본문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와서 예수님께 제자들들의 행실에 대하여 책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왔다’는 말씀은 예수님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을 것이 없나 하고 조사하기 위해서 산헤드린 공회가 파견했다는 뜻입니다. 그들의 생각 속에는 장로들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 걸려들었습니다.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떡을 먹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율법에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그것은 장로들의 전통에 있는 규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은 제자들에게 마치 율법을 어기기라도 한 것처럼 득달하며 따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그 장로들의 전통이라는 것을 내세운 그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그것을 잘못 적용하고 있는지를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고르반’(corban)입니다. 고르반이라는 것은 원래 ‘하나님께 드리기 위해 거룩하게 구별하여 따로 떼어 놓은 헌물이나 예물’을 가리킵니다. 레위기 1:2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코르반)을 드리려거든 가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코르반)을 드릴지니라.” 여기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을 가리키는 말이 고르반입니다. 하나님께 드릴 예물인 고르반은 짐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물이나 세겔과 같은 동전, 또는 귀금속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짐승으로 예물을 드릴 때에는 아무거나 드려서는 안 됩니다. 가장 좋은 것, 흠이 없고 정결한 것으로 구별하여 드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제물로 드릴 짐승을 고를 때에는 집에서 기르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드리기 위해서 골라놓은 것은 손님이 왔을 때나 잔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잡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드리기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고르반입니다.

  이런 구약성경의 율법을 장로들의 전통에서는 이렇게 해석해 놓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 5-6절입니다. “누구든지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 하여.” 이 말씀을 마가복음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만 하면 그만이라 하고”(마가복음 7:11) 무슨 말씀입니까? 자식으로서 마땅히 부모님을 봉양하는데 써야 할 물질을 부모보다 더 존귀하신 하나님께 바치면 부모님께는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부모님께 드러야 할 것을 고르반이라고 하며 하나님의 것으로 구별했기에 부모님께는 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듯합니다. 하나님이 더 중요하니까 하나님께 먼저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로들의 전통을 악용해서 그들은 부모님을 공경해야 할 자식의 마땅한 도리를 회피했던 것입니다. 고르반이라고 선언하기만 하면 자식된 도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하나님의 말씀을 폐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율법에 하나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예물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예물을 하나님께 드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율법에는 하나님께 예물 드리는 것에 대한 말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4절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를 공경하라.”(출애굽기 20:12)는 말씀도 있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비방하거나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이라”(출애굽기 21:17)는 말씀도 있습니다. 이것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는 것이나 부모님을 공경하여 섬기는 것이나 모두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바친다고, 고르반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부모님을 섬겨야할 자식의 도리에서 벗어날 순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로들의 전통에는 하나님께 바치기 위해서 ‘고르반’이라고 선언하면 부모님을 섬기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말씀하셨다는 것은 당시 이런 일들이 제법 많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로들의 전통의 가르침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면서도 그들은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하나님을 잘 섬기고 있다고 착각했겠지요. 부모님보다 하나님을 더 잘 섬기는 경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잘 섬긴다고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은 결코 바른 신앙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앙하고 하나님의 백성이라 하는 사람이 이웃의 것을 도적질하거나 살인한다면 우리는 그를 좋은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을 잘 섬기고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해서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린다면 그를 좋은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이라 하면서도 간음을 행하여 다른 이의 가정과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다면 그를 좋은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결코 좋은 신앙인이라고 말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십계명을 보면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보다,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보다, 거짓말하거나 이웃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말씀보다 더 먼저 기록된 말씀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입니다. 살인이나 간음이나 도적질이나 거짓 증언하는 것보다 더 앞서 우리에게 요구하신 것이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섬기는 일을 바르지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별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보다 교회를 더 열심히 섬기는 것이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교회를 핑계대고 부모님을 돌보지 않거나 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책망하시는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기 위해서 고르반이라고 선언하고서 부모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것을 드리지 않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 불신앙과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도 고르반을 외치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십시다. 때로는 교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위해 고르반을 외치면서도 하나님의 율법을 폐하는 불신앙적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것을 드리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고르반을 핑계로 부모님께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효자일 뿐입니다.

  제가 결혼 주례를 할 때 종종 신랑신부에게 권면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결혼하여 독립된 가정을 이룬다면 반드시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신 부모님께 물질적으로 보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벌더라도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게 자녀의 책임이라고요. 부모님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자식은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공경해야 할 책임을 잊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힘들다고 부모님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결코 자식된 도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트로이 전쟁의 영웅 가운데 아이네이아스(Αἰνείας)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트로이의 왕족이었던 그는 그리스군이 트로이로 쳐들어왔을 때 사촌인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Hector)를 도와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잘 아는 트로이 목마의 이야기처럼, 트로이는 그리스 군대에 의해 함락되고 맙니다. 트로이가 함락되기 직전에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Aphrodite)는 ‘트로이 성이 함락될 것이니 그 전에 트로이에서 도망치라.’고 경고합니다. 포세이돈(Poseidon)이 ‘아이네이아스가 무너질 트로이를 재건하여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훗날을 기약하고 트로이를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도망가려는 그에게 큰 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든이 넘는 늙은 아버지였습니다. 트로이 성이 불타고 있는 다급한 상황에서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도망을 치려면 빠르게 몸을 피신시켜야 하는데, 늙은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큰 위험에 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네이아스는 늙은 아버지 안키세스(Anchises)를 들쳐메고,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트로이 성을 빠져나옵니다.<그림1-샤를 앙드레 반 루(Charles-Andre Van Loo, 1705-1765)가 1729년에 그린 ‘아버지 안키세스를 업고 도망치는 아이네이아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 이후 아이네이아스의 행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 머물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이탈리아의 테베레 강 부근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다 라비니움(Lavinium)이란 도시를 건설하는데, 이것이 로마의 옛 이름입니다. 곧 아이네아이스는 로마의 시조가 됩니다. 그 로마는 나중에 트로이 왕궁보다 더 거대한 제국이 됩니다.

  여러분, 트로이가 멸망 당하면서 훗날을 기약하며 몸을 피신해야 할 때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고 위험한 일입니다. 빨리 몸을 피신해야 할 상황에서 지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네이아스는 늙으신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들춰 메고 탈출합니다. 위험에 처해진다 하더라도, 탈출이 지체된다 하더라도 아버지를 버려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늙은 아버지는 비록 피난 도중에 세상을 떠났지만, 죽은 후에 아들에게 로마를 건설하도록 가르침을 줍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나’가 모든 것보다 우선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혼한다 하더라도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합니다. 모든 젊은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오늘 우리 시대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부모님을 봉양하라는 말씀은 폐기처분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명령합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출애굽기 20:12)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에베소서 6:1-3) 이건 분명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오늘날의 시대적 전통과 분위기에 따라가려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편리한 대로 적용한다면, 그게 오늘 본문에 나오는 고르반을 외쳤던 사람들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다면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말씀을 오늘 우리 시대의 그 어떤 다른 교훈으로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 1948-)가 쓴 『아연 소년들』이란 책이 있습니다. 1979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의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나 그의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 책에 그 전쟁에 참여했던 한 간호사의 이런 고백이 나옵니다. “부상병들은 비명을 지를 때 늘 ‘엄마!’를 불렀어요. 고통스럽고 두려운 순간에 엄마를 찾는 거예요. 다른 이름은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p.64)

  우리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마지막 부르는 소리가 ‘엄마’입니다. 엄마가 내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힘들 때 안기고 싶은 품이 엄마의 품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다가 쓰러질 것만 같을 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엄마요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우리에게 영원한 고향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품이 고향인 이유는 그 안에 자식을 향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고도 더 주고 싶은 거룩한 마음이 엄마의 사랑이요, 아빠의 헌신입니다. 그 사랑과 헌신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어버이날을 전후해서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 이야기입니다. 깊은 바다에서 사는 연어는 산란 후에 알을 가까이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먹게 내버려 둡니다. 새끼들은 그렇게 어미의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앙상한 뼈만 남기고 소리 없이 죽어갑니다. 그래서 연어를 ‘모성애의 물고기’라고 부릅니다.

  그와 반대로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은 후 바로 눈이 멀게 된다고 합니다. 눈이 멀어버린 어미 가물치는 먹이를 찾을 수가 없어 배고품을 참아야 합니다. 그러면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굶어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의 입속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 어미의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으로 어미 가물치가 힘을 얻어 눈을 다시 회복할 때 쯤이면 남은 새끼의 수는 10%도 되지 않습니다. 90% 이상의 대부분 어린 새끼가 기꺼이 어미의 먹이가 되어 스스로를 희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부릅니다.

  여러분,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인간의 도리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요 말씀입니다. 모성애의 물고기 연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다 내어주신 부모님을 위해 가물치와 같은 효도로 베풀어주신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고르반으로 대체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입니다. 부모님을 공경하지 못하게 하는 그 어떤 전통이나 문화 앞에서도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외면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 명령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 2023년 5월 14일 주일낮예배-어버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