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시련의 바람이 불 때

< 본문 – 사도행전 5:1-11 >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지요? 좋은 일에는 언제나 그것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는 말입니다. 무슨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말이 초대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순절 성령의 역사로 교회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고, 성령충만한 제자들이 방언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살리셔서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선포하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3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교회는 엄청난 부흥의 역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 걸인을 고친 사건입니다. 단순히 앉은뱅이 걸인을 고쳤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을 계기로 베드로와 요한은 성전 솔로몬 행각에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너희가 생명의 주이신 예수를 죽였으나 하나님께서 그를 살리셨고, 우리는 그것의 증인’이라고 말입니다. 그 때 그 복음의 말씀을 듣고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산헤드린 종교권력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위협했습니다. ‘다시는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말입니다.

  권력자들의 그런 위협에 베드로와 요한이 아무런 항거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하고 산헤드린에서 나왔다면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와 요한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너희 말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를 것이고,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그들의 협박에 굴복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드디어 교회에 대한 박해는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교회가 어떤 시련의 소용돌이 속으로 매몰되어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교회가 한 일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사도들은 한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어떤 박해의 상황에 내몰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즉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증인으로서의 삶을 살수 있도록 담대함을 달라.’고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교인들이 더욱 결속되었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서로의 물건을 통용했습니다. 서로 깊은 교제 속에서 믿음의 공동체가 하나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큰 시련의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내부의 결속력으로 그런 모든 압력을 이겨낼 힘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가 터졌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제법 부유했던 모양입니다. 아나니아는 아내와 의논을 하고서 자기 소유의 땅을 팔았습니다. 그리곤 그 값의 일부를 감추고 나머지 얼마만 사도들의 발 앞에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그들 부부는 한 날에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왜 아니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자기들의 소유인 땅을 팔았을까요? 그리고 왜 그들 부부는 값의 얼마는 감추어놓고 나머지만 사도들에게 가져다 주었을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왜 그 일로 인해서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죽어야 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 본문 앞에 나와 있는 말씀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교회에 박해가 시작되었 때 성도들은 오히려 똘똘 뭉쳐 깊은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랑의 교제의 핵심은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의 소유를 나눠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에서도 오순절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후에 ‘믿는 사람들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도행전 4:32절 이하에서도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했다’는 말씀이 나오는데, 그 말씀 바로 앞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빌기를 다 하매 모인 곳이 진동하더니 무리가 다 성령이 충만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니라.”(사도행전 4:31) 성령이 충만했다는 말씀에 이어서 ‘서로 물건을 통용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서로 물건을 통용하는 이 거룩한 성도의 교제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평생 일해서 모은 소유를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내어놓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오늘날도 그렇거니와 어느 시대, 누구나를 막론하고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다는 것은 큰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령의 충만함으로 그런 일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하고, 나의 전부인 것같은 자신의 소유를 내어놓을 수 있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우리 안에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성령 충만의 은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입니다. 성령이 충만하니 어떻게 사는 것이 주님을 닮아가는 것이고,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소유를 기꺼이 그리고 기쁨으로 다른 이를 위해서 내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도다운 것이야!’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성령의 감동을 따라 자발적으로, 기쁨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모습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죽은 이후에 들어가는 하늘나라만을 바라보며 산 것이 아니라, 지금 오늘 우리의 삶에서 하늘나라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인간적인 욕심의 노예가 되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것을 내 것이라 고집하지 않고 나누었습니다.

그런 사람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 바나바였습니다. 성도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대로 집을 팔기도 하고, 밭을 팔기도 하며 어려운 사람과 나누라고 사도들의 발 앞에 가져올 때에, 바나바도 그렇게 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많은 성도들이 그렇게 했는데, 특별히 바나바의 이름만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나바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바쳤기 때문일까요? 성경의 정신은 그렇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왜 바나바를 특별히 지목하여 그 이름을 밝힌 것일까요? 그것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와 대조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여러분, 바나바가 자신의 밭을 팔아 그 값을 사도들 앞에 가져다 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도 당연히 성령충만했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11장에서 바나바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나바는 착한 사람이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라.”(사도행전 11:24) 바나바는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밭을 팔아 그 값을 사도들 앞에 둘 때에도 역시 성령의 감동으로, 성령 충만하여 그렇게 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바나바는 점점 교회의 지도자급으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바나바는 나중에 안디옥 교회에 지도자가 필요할 때에 예루살렘 교회의 파송을 받고 안디옥 교회를 섬기러 갑니다. 그만큼 예루살렘 교회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나바를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입니다. 어쩌면 바나바가 밭을 팔아 사도들에게 가져다줄 때에 예루살렘 교회 교인들 사이에 칭찬하는 소리들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역시 바나바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바나바가 그렇게 칭찬받는 이유는 단지 자신의 밭을 팔아 바친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나바의 본 이름은 요셉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이 ‘바나바’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바나바’라는 이름의 뜻은 ‘위로의 아들’입니다. 그는 마음이 온유하고 포근한 사람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말로, 또 그의 따뜻한 모습으로 품어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감싸주고, 마음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착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받을 만큼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인품도 좋고, 신앙도 좋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멋진 신앙인이었기에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이 짧은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바나바가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고 교회에서 인정받는 이유를 단순히 밭을 팔아 바친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땅을 팔아 바치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땅을 팔긴 팔았는데, 막상 사도들에게 가져다주려니 너무나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감추어두고 나머지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곤 본문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렇게 말했겠지요. ‘내 땅을 판 값 모두를 가져왔습니다.’ 일부를 감추어두고서 말입니다. 본문 2절에 ‘감추다’는 표현은 부끄러운 일을 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감추다’는 표현이 여호수아 7장에 나오는 아간의 이야기에서도 동일하게 나옵니다.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하나님께서 여리고 성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기에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고 어떤 것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아간은 금덩이를 비롯해 귀중품을 빼돌려 자신의 장막에 감추었습니다. 하나님께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그 때 ‘감추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오늘 본문과 같은 말입니다. 하나님께 큰 죄를 지은 행위를 가리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땅을 판 값에 일부만 바쳤다 하더라도 그는 분명 칭찬받을만합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소유했던 밭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교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땅을 팔아 바쳤다는 것은 좋은 일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땅을 팔았더라도 ‘다 바치면 나는 어떻게 살지?’라는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일부는 남겨두고 나머지를 마치면서 ‘이것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주십시오.’라고 말했다면 그도 칭찬받았을 것입니다. 굳이 감추지 않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의 마음에는 ‘내 것을 다 팔아 바쳤다고 해야 인정받을 것야.’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일부만 바친 것으로는 바나바처럼 사람들로부터 칭찬받지 못할 것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칭찬은 받고 싶고, 그렇다고 다 바치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일부를 감춘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아나니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땅이 그대로 있을 때에는 네 땅이 아니며 판 후에도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나?”(본문 4절)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냐?’라는 말은 아나니아의 마음이 지금 돈에 지배당했다는 뜻입니다. 재물에 지배당하니 아나니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돈이, 아니 돈에 대한 욕망이, 그리고 명예를 얻고 싶은 욕망이 아나니아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선한 마음, 믿음의 마음보다 훨씬 더 커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그렇습니다. 때론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정상적인 사고나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욕심이 크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상식적이고 때론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욕구를 채우려 합니다. 그래서 부정한 방법을 쓰고, 남을 속이거나 사기를 쳐서라도 돈을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명예에 대한 욕망이 내 마음에 가득하면 자신의 자존심이 상했다고 생각되거나 자신의 명예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보복하려 합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한 정당한 방법까지도 부당하게 생각하여 그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분노합니다. 그래서 갈라디아서 5장에서 말씀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라디아 5:24)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날마다 죽어야 합니다. 내가 죽지 않으면 십자가에 못 박은 정욕과 탐심이 다시 내 안에서 불일 듯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안에 성령이 충만해야 합니다. 성령이 충만하면 내가 십자가 안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갈라디아 5:25-26) 성령으로 살 때에만 헛된 영광을 구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령을 속였다는 것입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한 날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본문 3절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책망합니다. “아나니아야, 어찌하여 사탄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 네가 성령을 속이고 땅값 얼마를 감추었느냐?” 사탄의 꾐에 넘어가 성령을 속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나니아가 어떻게 성령을 속인 것일까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두 가지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땅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라’는 성령의 음성을 들었고 그래서 땅을 팔았는데, 막상 바치려 하니 아까워서 일부를 감추고 일부만 바치면서 ‘전부’인 것처럼 말했을 가능성입니다. 일부를 감추고서 마치 성령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바나바처럼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은 욕망에 ‘나도 땅을 팔아 바치면 사람들이 나도 칭찬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땅을 팔았고, 다 바치자니 아까워서 일부를 감추어놓고선 막상 사도들 앞에서는 “성령께서 제 마음에 감동을 주셔서 순종하여 이렇게 밭을 팔아 가져왔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성령의 이름을 팔아서 마치 자신도 성령충만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했던 것입니다. 바나바가 성령충만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성령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명예를 얻으려 하는 것이 성령을 속인 죄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 어떤 경우이든 간에 아나니아는 성령을 속였습니다. 성령을 속였다는 말은 하나님을 속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결코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실 분이 아닙니다. 갈라디아에서 이어 이렇게 말씀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갈라디아 6:7) ‘업신여긴다’는 말은 ‘조롱한다, 속인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인간이 아무리 잔꾀를 부려도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하나님을 속일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때로 하나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어리숙하여 자신의 꾀에 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인간과 다르십니다. 결코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때로 하나님께서 참으실 수는 있습니다. 죄를 지어도 바로 벌하지 않으시고 회개하도록 기다리실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지 않으시거나 알지 못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참으로 슬픈 이야기입니다.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가 부흥하면서, 교회에 박해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 박해를 기도를 통해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감당해 나가고 있을 때,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서로 똘똘 뭉쳐 힘든 시기를 잘 버티어내고 있을 때 마귀는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공격해 왔습니다. 외부적인 박해가 아니라 교회 내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 말입니다. 교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박해가 아닙니다. 성령을 속이는 거짓 신앙인, 하나님만이 받으셔야 할 영광과 칭찬을 가로채려는 사람이 교회공동체를 와해시키는 내부의 적입니다. 그래서 누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하면서 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또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을 때, 마귀는 교회공동체를 깨뜨리기 위해서 틈을 노리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갈 때 위기가 찾아옵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성도들이 서로 사랑으로 하나 되어갈 때 마귀는 교회를 흔들어 위기에 빠뜨리려 합니다.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일이 잘 풀려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뜻하지 않는 시련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일에 형통함을 누리고 있을 때 마귀가 우리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베드로전서 5:8-9) 그렇습니다. 우리 대적 마귀는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해서 우리를 먹잇감 삼으려고 혈안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신앙을 가장해서 신앙을 위험에 빠뜨리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고, 믿음 위에 굳건하게 서야 합니다.

왜 마귀가 교회를 공격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회됨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예루살렘 교회는 어떤 위협과 핍박 중에도 담대히 복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게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나니아와 삽비라처럼 복음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교회 안에, 복음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명예를 얻기 위해 성령을 속이고 거짓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지면 교회는 복음 전하는 일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보다는 개인인 내가,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내 명예와 칭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우리가 이겨내야 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지금 ‘교회의 본질, 교회의 사명이 무엇이냐’ 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인 셈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호사다마입니다. 교회도 그렇고 우리의 삶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누리고 있을 때, 그 때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시련이 닥칠 때 잘 분별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교회다워짐을 막으려고 마귀는 교회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성도가 성도답게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성도를 시련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신하며 깨어 있어야 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갑작스럽게 시련이 찾아왔을 때 믿음에 굳건하게 서서 우리가 따라야 할 사명의 본질을 잊지 말고, 고난과 시련을 이겨나가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에게 힘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닥친 시련의 바람을 견디고 이겨내도록 말입니다.

< 2024년 3월 1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