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하실 때

< 본문 – 사도행전 9:32-43 >

예루살렘 성의 동쪽으로 나 있는 문 가운데 ‘사자문’ 또는 ‘양문’이라 불리는 문 바로 옆에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이 베데스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그곳에서 예수님께서 38년 된 병자를 고치셨기 때문입니다. ‘자비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그 베데스다에는 병든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때로 연못의 물을 움직이게 하시는데, 그 때 가장 먼저 연못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는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비의 연못에 전혀 자비를 누리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38년 된 병자입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한 탓에 남들처럼 빨리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못의 물이 움직인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연못에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자비의 연못 베데스다에 와 있지만, 그는 자신이 낫는다는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찾아가셨습니다. 베데스다 연못 가에 많은 병자들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눈에는 38년 된 이 병자만 눈에 띤 것처럼 예수님은 그에게로 곧장 걸어가셔서 이렇게 물으십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물음에 ‘예, 낫고 싶습니다. 낫고 싶어 여기에 와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습니다. 낫는다는 희망조차 잃어버린 그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요한복음 5:8)

  여기서 ‘일어나라!’는 단어는 아주 중요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에서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회복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베데스다 연못가에 있던 38년 된 병자도 ‘일어나라!’는 말씀을 듣고는 거의 평생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병에서 치유되었습니다. 네 사람이 침상 채 예수님께 데리고 왔던 중풍병자도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마가복음 2:9)는 말씀을 듣고는 고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인 성의 과부의 아들이 죽어 사람들이 관을 메고 갈 때에 예수님께서 “청년아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누가복음 7:14)고 말씀하시자, 죽어 관에 뉘어 있던 청년이 살아났습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을 때 예수님께서 그 아이의 손을 잡으시곤 “달리다쿰”(마가복음 5:41)이라고 말씀하시자 죽었던 아이가 살아났습니다. ‘달리다쿰’이라는 말은 ‘소녀야 일어나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일어나라!’고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치유받거나 살아나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통해서만 그런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사도행전 3장에 보면, 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던 걸인을 베드로와 요한이 고쳐줄 때에도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사도행전 3:6)라고 외치자, 나면서부터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었던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사도 바울이 루스드라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도 발을 쓰지 못한 사람을 향해 “네 발로 바로 일어서라”(사도행전 14:10)고 외치자, 그가 곧바로 일어나 걸었습니다. ‘일어나라!’ ‘일어서라!’는 외침은 치유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의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동일한 외침의 소리가 들려지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사울이라는 청년을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시킨 후, 연극으로 치자면 마치 지나가는 행인인양 다시금 무대 뒤로 감추어놓습니다. 그리곤 베드로 사도를 무대의 중앙에 세웁니다. 베드로가 다시금 사도행전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가이사랴에 있는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고, 이 사건은 초대 예루살렘 교회가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결의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기 전에 오늘 본문에서는 그냥 지나쳐도 될만한 이야기를 잔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사도 베드로가 만났던 세 사람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룻다에 사는 애니아와 욥바에 사는 다비다, 그리고 무두장이 시몬입니다. 베드로가 이 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1절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니라.” 이 말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지금까지 사도행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예루살렘 교회와 초대교회 성도들의 모습은 극심한 박해와 환란 속여 던져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박해의 정점에는 사울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메섹에 있는 성도들을 끌어오기 위해서 가던 사울이 변화되었습니다. 이제 예수 믿는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사울의 변화는 초대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31절의 말씀처럼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대와 갈릴리, 그리고 사마리아에 있는 교회들이 편안하여 든든히 서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박해에 대해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는 것처럼 평안하였고, 제자의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때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교회가 평안해졌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며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교회가 부흥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교회는 복음을 전했지만 안정되고 평안할 때에도 복음을 전하는 일에는 멈춤이 없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사도 베드로입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리더였던 베드로 사도가 예루살렘을 떠나 사방으로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룻다라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룻다’는 예루살렘에서 서북쪽으로 약 40km쯤 떨어진 곳입니다. 예루살렘에서 항구도시인 욥바로 가던 길목에 있던 자그마한 도시인데, 이곳은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함께 거주하는 마을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32절의 기록처럼, 룻다에는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성도들’(ἁγιους)이란 말이 여기에서 처음 나옵니다. 지금까지 믿음의 사람들을 표현하는 단어가 ‘제자들’ 또는 ‘형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룻다에 사는 믿음의 사람들을 ‘성도들’이라고 부릅니다. 성도란 ‘거룩한 백성’이란 뜻인데, 자신이 무언가 열심히 경건의 연습을 해서 거룩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의 피로 구원하여 거룩하다고 인치신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 룻다에 애니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애니아라는 이름은 당시 헬라사회에서 흔한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헬라식 이름인 애니아라 불리는 것을 보면 그는 헬라파 유대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중풍병으로 8년 동안 침상에 누워지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당시에 중풍병으로 8년을 누워지냈다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베데스다 연못가에 있던 38년 된 병자처럼, 그도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애니아를 향해서 베드로는 ‘일어나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네 자리를 정돈하라’고 말합니다. ‘자리를 정돈한다’는 말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이불을 펴고 잠자리를 준비한 것처럼, 자신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 식탁을 준비하는 것처럼 뭔가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8년 동안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일어나 뭔가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베드로의 선포처럼 애니아는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습니다. 오늘 본문은 ‘애니아가 일어났다.’는 표현만 있지 그 다음에 그가 무엇을 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이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룻다와 사론에 사는 사람들이 다 그를 보고 주께로 돌아오니라.”(35절) 이 말씀은 애니아가 병고침을 받은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 동네 룻다를 비롯해 사론에까지 가서 자신의 고침받은 몸을 보이며 복음을 전했음을 임시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욥바에 사는 다비다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다비다를 소개하는 중요한 두 표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제자’(μαθήτρια)입니다. 여제자라는 말은 신약성경 중에서 여기에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을 제자라고 부른다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그녀가 신실한 신앙인이었다는 뜻입니다.

  다비다를 소개하는 두 번째 표현은 ‘선행과 구제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행한 선행과 구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과부들을 위해서 속옷과 겉옷을 지어주었습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말입니다. 당시 사회에서 과부는 약자 중에 약자였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가난하고 연약한 과부들을 위해 속옷과 겉옷을 지어주었습니다. 속옷만이 아니라 겉옷까지 지어주었다는 것은 과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들을 도와주었어!’라고 스스로 만족하거나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과부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게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다비다는 그렇게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예수님의 좋은 제자였습니다.

  그 다비다가 죽자 사람들이 룻다에 머물고 있는 베드로를 부릅니다. 베드로는 다비다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고 있던 과부들을 다 내보내고는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곤 시신을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다비다야 일어나라!”(40절) ‘다비다야 일어나라!’는 말을 당시 유대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아람어로 표현한다면 ‘다비다쿰!’입니다. ‘다비다쿰!’ 그러면 생각나는 말이 있지요? ‘달리다쿰’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장의 죽은 딸을 살리실 때 ‘달리다쿰!’(소녀야 일어나라!)고 외치셨습니다. 베드로는 다비다를 살릴 때 ‘다비다쿰!’이라고 외쳤습니다. 에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철자 하나만 다를 뿐, 마치 예수님의 모습을 본 듯 합니다. ‘다비다쿰!’(다비다야 일어나라!)고 외치자 죽었던 다비다가 살아났습니다.

다비다를 살린 후에 베드로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왜 베드로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렀을까요? 죽은 다비다를 살렸다면 아마도 다비다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우리 집에 머물면서 말씀을 전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을까요? 무두장이란 동물의 가죽에서 털과 기름을 뽑아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요즘 우리시대에 순화된 표현으로 한다면 피혁제조업자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부정한 동물이나 죽은 동물의 시체를 만지는 것을 부정하게 여겼습니다. 자신들은 무두장이가 만든 가죽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그런 제품을 만든 사람들을 부정하게 여기고, 옛날 우리 조상들이 백정들을 천하게 여겼듯이 유대인들도 무두장이를 천하게 여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죽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다비다의 집이 아니라, 멸시받고 가난한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베드로는 전통적인 히브리파 유대인입니다. 유대인들의 전통과 관습에 아주 익숙한 사람입니다. 그런 베드로가 유대인들이 부정하다고 여기고 천시여길 뿐만 아니라 심한 악취가 나는 무두장이의 집에 들어가 며칠을 머문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다비다의 집이나 다른 성도들의 집에 머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왜 베드로는 무두장이의 집에서 머물었을까요?

여러분,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세 사람을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첫 번째 사람은 룻다에 사는 애니아입니다. 그의 과거는 중풍병으로 인해 8년 동안 침상에 누워지내야 하는 죽음과 다름없는 삶이었습니다. 그게 애니아를 설명하는 유일한 설명입니다. 그가 예수를 믿는 성도였는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애니아는 ‘일어나라!’는 베드로의 말씀으로 8년 동안 누워있던 침상에 일어났고, 고침 받고 난 후에는 복음 전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를 통해서 그가 살고 있는 룻다 뿐만 아니라 사론에 사는 사람들까지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다비다입니다. 그의 과거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여제자라고 부를만한 아름다운 신앙으로 살았습니다. 많은 과부들이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였듯이 그는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다비다가 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그녀도 ‘다비다 쿰!’(다비다야 일어나라!)는 베드로의 말씀으로 죽음에서 살아났습니다. 그 후 다비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성경이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무두장이 시몬입니다. 그가 ‘무두장이’라는 것 외에, 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무두장이입니다. 죽은 짐승의 사체를 만지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유대인들이 천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악취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에 사도 베드로가 들어가 머물게 됩니다.

  이 세 사람은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삶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다비다, 그러나 죽음으로 그의 과거가 멈추었을 때 베드로를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다시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과거라곤 8년 동안 침상에 누워있는 것이 전부인 중풍병자 애니아, 그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나님께서는 베드로를 통해서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복음전도자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과거가 어떤 것인지, 미래가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무두장이 시몬, 그는 죽음과 함께 살아가던 사람입니다. 비록 죽은 동물의 사체이지만, 그는 매일 죽은 짐승을 매만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복음의 사람 베드로가 머물렀습니다. 베드로가 머물렀다는 것은 그곳에 복음이 머문 것이고, 그곳에 생명이 머문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과거가 어땠습니까? 애니아처럼 8년 동안 중풍병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아니면 다비다처럼 선행과 구제로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감동을 주는 삶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무두장이처럼 내 지난 세월에 뭔가 내세울 만한 것, 이야기거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과거가 어떻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어나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살아 있으나 죽은 자와 다름이 없는 중풍병자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 그런 삶이었고, 그런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다비다처럼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지금은 죽음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앞뒤 둘러보아도 솟아날 구멍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런 삶 같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도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일어나라!’ 죽은 소녀를 향하여 ‘달리다쿰’이라고 말씀하시고, 죽은 다비다를 향하여 ‘다비다쿰’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아무개야 쿰!’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죽음과 함께 하는 자리여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은 멸시하고 부정하다고 놀릴지라도, 베드로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죽은 자가 살아난 다비다의 집이 아니라, 여전히 죽음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말입니다. 사무엘상 20장에서 다윗은 요나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뿐이니라.”(사무엘상 20:3) 지금 자신의 모습은 살았으나 죽은 자와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죽음의 문턱을 넘을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가 애니아처럼 병든 자의 자리일지라도, 다비다처럼 죽음의 자리일지라도, 무두장이 시몬처럼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자리라 할지라도, 달리다쿰이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죽음의 자리를 생명의 자리로 바꾸십니다. 그게 복음의 능력입니다. 베드로가 애니아를 향해서, 그리고 다비다를 향해서 ‘일어나라!’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복음의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죽은 자를 살리는 능력입니다. 죽음의 자리에서도 꽃을 피워내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던 베드로 사도는 하나님의 환상을 보고 가이사랴에 있는 고넬료에게로 갑니다. 그 무두장이 시몬의 집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복음의 전초기지와 같았던 것입니다. 생명의 복음이 유대인에게서 이방에게로 전파되는 단초가 죽음과 함께 살아가던 무두장이 시몬의 집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과거에 너무 사로잡히지 마십시다. 오늘 우리의 자리가 낙심의 자리일지라도, 죽음과 함께 하는 자리일지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바로 그 자리에 주님이 오셔서 ‘달리다쿰’이라고 말씀하실 때, 그게 나를 향한 외침으로 들으십시다. 그리고 일어서 용기를 내십시다. 그러면 중풍병자 애니아가 복음증거자가 된 것처럼, 죽음과 함께 살아가던 무두장이의 집에서 세계 선교의 길이 열린 것처럼, 오늘 우리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크신 뜻을 이루어가실 것입니다. ‘일어나라!’ 오늘 우리를 향한 우리 주님의 외칩니다. 지금 어떤 자리에 있든 일어나십시다. 주님의 손을 붙잡고 일어 서십시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힘차게 새롭게 시작해 보십시다. 희망이 없던 자리, 죽음의 자리, 죽음과 함께 한 자리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2024년 5월 26일 주일낮예배 >